[이슈분석]중소·중견기업 직접자금 조달 막혀...회사채 양극화 이어질 것

중장기로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중소·중견기업의 자금 조달 여건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미 회사채 시장 양극화는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증권사 사장단을 모아 금융투자업계의 회사채 지원을 각별히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46조18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조3551억원 대비 5조원가량 줄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회사채 발행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이미 예고된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3일 “트럼프가 당선됐어도 중장기로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시장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은 당분간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일 기준 회사채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8785억원을 기록했다. 돈을 빌리는 기업보다 갚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우량 기업은 저금리 막차를 타고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빌린 돈을 상환하는 분위기다.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의 회사채를 활용한 자금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실제로 신용등급 A-인 금호석유화학 2년 만기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는 290억원에 이르는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같은 등급인 휴비스와 풀무원 회사채는 당초 예상한 물량을 채우지 못했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가 안 팔리는 중소·중견기업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사들이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짙다. 증권사 역시 금리 인상에 대비한 자산 재조정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그동안 증권사 자산에서 회사채 등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각 증권사는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산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한 채권을 순차 처분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진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기업의 설비 투자는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내년 회사채 발행은 경기 불확실성 확대 및 레임덕 현상에 따라 투자가 부진, 순감 기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