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래 스마트가 주도권 잡기 나섰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장팀을 꾸린 지 1년이 채 안 돼 국내 인수합병(M&A) 역대 최대규모 빅딜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하만의 프리미엄 카 오디오 브랜드로서의 가치와 최근 발을 넓힌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물경 80억달러를 지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장사업은 삼성전자가 다음 세대를 위해 지목한 미래 사업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많은 전장 업체들과 인수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전장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면서 전장 시장에 빠르게 안착시켜줄 기업으로 하만을 선택했다.

◇왜 하만인가

삼성전자는 △자사의 전장 경쟁력과의 시너지 △하만의 브랜드 파워, 이 두 가지 핵심 요소에 가치를 매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같은 IT기업이나 자동차 회사와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부분은 구동계나 차체가 아니라 `연결성(커넥티비티)`이다. 구글이 자동차용 운용체계(OS)와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에 방점을 둔다면 삼성전자는 운전자가 자동차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외부와 연결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까지 겨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하만은 삼성전자 전장사업을 가장 빨리 안착시켜 줄 수 있는 회사다. 먼저,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 연착륙이 기대된다. 자동차에 장착된 전 부품을 통털어 독자 브랜드를 별도로 표시하는 부품은 오디오와 타이어 단 두 가지다. 럭셔리 자동차일수록 브랜드 로고가 부착된 전문 오디오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뛰어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어도 자동차 내에 삼성 로고를 붙이기란 쉽지 않다. 오디오 브랜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만의 3D 오디오 재생 시스템 개념도.3D 오디오 재생 기술은 공연장의 음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료제공=하만인터내셔널
하만의 3D 오디오 재생 시스템 개념도.3D 오디오 재생 기술은 공연장의 음향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료제공=하만인터내셔널

하만은 음향제작 전문기기에서 출발한 오디오 전문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삼성전자가 주목한 것은 카오디오 브랜드로 해석된다. 하만은 하만카돈·마크레빈슨·바우어앤윌킨스 등 프리미엄 카 오디오 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에는 뱅앤올룹슨 카오디오 부문을 인수하면서 프리미엄 카 오디오 브랜드 시장을 평정했다. 카 오디오 시장점유율은 41%에 이른다. 삼성전자가 이들 오디오 전문 브랜드를 없애지는 않겠지만, 미래에는 삼성의 로고를 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부착하는 럭셔리 자동차를 상상해 볼 만 하다.

◇인포테인먼트를 넘어 스마트카 시스템으로 발전

오디오는 운전자와 자동차의 접점을 이루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체로 확장하기에 좋은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와 함께 5G통신, 인공지능, 모바일, 사용자경험(UX) 등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하만의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기술까지 갖추게 됨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하만은 오디오 외에도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전장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무선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FOTA(Firmware Over The Air) 회사 레드벤드, 자동차용 기술 통합 솔루션 기업 S1nn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후방추돌방지 기술 등 소프트웨어 기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까지 개발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들 기술을 포괄해 인포테인먼트를 넘어서는 스마트카 핵심 시스템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피아트의 부품회사 마그네티마렐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삼성전자 브랜드를 높이고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행보는 최근 스마트폰이 단순 하드웨어 기기를 넘어 통신, 자동차 등 다른 IT분야와 융합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며 “단순히 전장 사업만 강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브랩스를 인수하면서 강화한 인공지능(AI)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토털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강화된 음성인식 기술을 가전에 바로 접목시킬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스마트폰을 커넥티드카,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기술 구심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미래 자동차 시장 주도권 경쟁 가속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중심에 둔 자동차기업과 IT기업의 경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IoT 관점에서 자동차는 모바일과 함께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IT기업들의 자동차 부문 투자가 활발한 이유다. 퀄컴이 NXP를 인수한 것도 자동차용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에서도 VC사업본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 기업들도 자동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 역시 IT기업과 제휴·협력을 통해 미래 자동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