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본딩와이어 점유율 50%를 넘겼습니다. 솔더볼 시장에서도 1위와 격차를 근소하게 좁혔습니다. 내년에는 더 큰 성과를 낼 것입니다.”
이진 엠케이전자 사장은 지난달 취임 후 가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 40%가량을 차지했던 국내 본딩와이어 점유율(길이 기준)이 처음 절반을 넘었다. 솔더볼은 앰코테크놀러지, 스태츠칩팩 등 해외 반도체 테스트패키지(OSAT) 업체를 비롯해 삼성전자로 공급하는 물량이 늘었다. 엠케이전자는 올해 1200억원대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재료공학을 전공한 이 사장은 1986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연구원 시절 엠케이전자 강도원 창업주를 만났다. 그때 처음 본딩와이어를 접했다. 그는 “창업주가 반도체에 들어가는 재료라며 꺼내놓는데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었다”면서 “금속재료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호기심에 끌려 바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본딩와이어는 반도체 칩(die) 전극 패드를 리드프레임과 연결하는 반도체 패키징 소재다. 잘 구부러지면서 전기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되지 않는 특성 덕분에 금이 주로 쓰였다. 최근에는 팔라듐을 코팅한 구리(PCC)나 합금 은(Ag)을 소재로 한 본딩와이어 사용이 느는 추세다. 비싼 금을 대신해 패키징 원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국산 본딩와이어 기술은 전무했다. 지름 20㎛ 굵기로 금선을 뽑아내는 게 우선 목표였다. 이 사장은 “일본 다나까귀금속, 독일 헤라우스는 단선 없이 10~20㎞까지 뽑아내던 시절 우리는 100미터도 못가서 끊어졌다”면서 “재미있어서 집에도 안가고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했었다”고 했다.
이 사장은 30년 근속 후 대표가 됐다. 1982년 설립된 엠케이전자는 30여년 뒤 국내 본딩와이어 시장 점유율 50%를 넘겼다. 국내 시장 경쟁업체는 일본 다나까귀금속, 희성금속, 헤라우스 등이다. 희성금속은 희성그룹이 1974년 다나까귀금속과 합작해 세운 법인이다.
엠케이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한국토지신탁을 주요 종속연결회사로 두어 연결기준 회계에 함께 잡혔다. 올해는 한국토지신탁의 연간실적이 전부 반영된다.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62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이다.
엠케이전자 최대 주주는 오션비홀딩스다. 1999년 스위스 UBS캐피탈에 인수된 이후 주인이 몇 차례 바뀌며 엠케이전자는 그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다. 연구원 출신인 이 사장이 대표에 오르며 엠케이전자는 내년 35주년을 맞는다. 회사 관계자는 이 사장을 “엠케이전자 역사 산증인”이라고 평했다.
이종준기자 1964win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