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지상파 재송신 갈등 이제는 끝내야 한다

지상파 재송신 분쟁은 무려 7년째 해결하지 못한 미디어 산업의 대표 난제다. 지상파 방송 3사는 명확한 기준 없이 매년 재송신료(CPS)를 올려 달라고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금액을 제시하며 유료방송사를 압박해 왔다. 제시한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방송 송출 중단이 여러 차례 이어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약 2100만 가구의 시청자들이 볼모로 잡혀서 `지상파 블랙아웃` 사태를 겪었다. 복잡한 방송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방송사업자의 반복된 이런 행태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크게 나온 것도 사실이다.

유료방송사들은 준조세로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제도가 도입된 우리나라에서 국민 시청권 보장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지속 요구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 정부가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을 마련,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해묵은 갈등 해결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시청자와 사업자 모두 정부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이 소송전으로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을 강제해 시청권을 보장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나마 방송법 제91조 7항에 있는 `방송유지·재개명령권`이 시청권 보장을 위한 지상파 송출 중단 제재 현실화 방법이다. 하지만 최장 60일까지만 가능해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지상파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소송전에는 현재 몇 가지 중요한 판결이 내려져 있다. 서울중앙지법, 청주지법 등에서 잇달아 기존의 사용료로 지상파가 주장해 온 280원을 깨고 170~190원으로 손해배상액을 판정했다. 이러한 판례로 봐도 현재 지상파가 인상안으로 요구하는 430원은 근거도 미약하고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임에 분명하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도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지금도 송출 중단 압력은 진행형이다. 케이블업계는 정부가 `규제기관의 강력한 조정 및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기구 운영`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상파 별도 패키지(Local Choice)`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모델은 기존 유료방송 상품에 무조건 포함된 지상파 채널을 빼서 별도 상품으로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강화하고 사업자 상품 구성 자율성도 확보하면서도 재송신료 분쟁의 실질 해결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파 입장에서도 나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유료방송 패키지에 숨어서 마치 무료 서비스인 양 보여 온 행태에서 벗어나 자신 있게 질 좋은 콘텐츠로 시장에서 정면 승부하는 것이다. 지상파는 케이블이 지상파 콘텐츠로 늘 부당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별도 지상파 패키지 판매는 이 같은 서로의 갈등을 단번에 끊어 낼 수 있는 방안임은 물론 시청자 선택도 폭넓게 해 주는 일거양득 효과가 있다.

지난해 유료방송 수신료 총액은 약 2조8000억원에 머물렀다. 이 가운데 수익 4분의 1을 지상파 방송 3사가 가져간다. 반대로 PP 수익 규모는 날로 축소돼 양질의 콘텐츠 제작이 줄어드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관련 소송비만도 유료방송 업계를 통틀어 연간 약 7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 소중한 수신료 낭비와 소모성 논쟁을 중단하기 위해서라도 기왕에 가이드라인으로 시작한 정부의 중재가 더욱 적극 이뤄지고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낳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장 justinchoi@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