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덩어리 `지방`의 재발견, 바이오 신소재 핵심으로 부상

`만병의 근원` `비만의 상징`으로 공격받던 지방 덩어리가 바이오 신소재로 탈바꿈한다. 인체에 재이식해 모형을 만들고 줄기세포를 채취해 질병 치료에도 활용된다. 첨단 재생의료 시대를 맞아 지방, 뼈, 피부 등 인체유래 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소재 개발이 본격화된다.

줄기세포
줄기세포

산업통상자원부는 자가지방조직유래 세포 등을 이용한 바이오신소재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지방뿐만 아니라 연골·피부 등을 이용해 의료 분야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전문센터도 구축한다.

인체유래물이란 인체로부터 수집·채취한 조직, 세포, 혈액 등을 뜻한다. 이들로부터 분리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등도 포함된다. 현대의학으로 평가받는 재생의학도 인체유래물이 핵심 도구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인체유래물을 활용한 첨단 바이오소재를 개발한다. 지방, 뼈, 피부 등을 가공해 우리 몸에 이식하는 의료기기, 인공조직 등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3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65억원을 투입한다.

유력 후보 물질은 지방이다. 지방은 비만의 상징이라고 불릴 정도로 부정 인식이 강하다. 연간 지방흡입술 등으로 버려지는 양만 100톤에 가깝다.

재생의학 분야에서 지방 활용도는 높다. 자가 지방은 유방을 비롯해 신체 부위 재건술에 쓰인다. 성형외과에서는 콜라겐과 합성, 가슴·얼굴 등에 이식하는 성형술이 대중화됐다. 지방유래 줄기세포인 중간엽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세포 재생도 시도된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 교실 교수는 “자가지방세포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하면 연골세포를 재생시켜 뼈를 만들 수 있다”면서 “지방에 많이 있는 중간엽줄기세포는 재생의학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인공피부
스마트 인공피부

정부도 버려지는 지방 등을 이용해 생체적합성 바이오 소재를 개발한다. 면역거부 반응을 없앤 콜라겐과 자가 지방을 이용, 인체 각 부분에 이식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콜라겐은 세포 사이 접착과 고리사슬 역할을 한다. 상처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해 화상 등 치료에 주로 쓰인다. 자가 세포와 콜라겐을 함께 사용하면 활용 폭이 넓어진다. 자세한 개발 내용과 범위는 공모를 통해 다음 달 선정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식했을 때 면역반응을 없앤 콜라겐을 양산해 필요한 곳에 이식하는 소재 개발이 목표”라면서 “지방을 비롯해 피부, 뼈 등 우리 몸에서 나오는 다양한 인체유래 자원으로 바이오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처음으로 인체유래바이오소재개발센터도 구축된다. 소재 공정 기술 개발, 안전성과 유효성 생물학 시험 평가, 시제품 제작 등을 위한 인프라가 집적된다. 인체유래 자원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 연구소가 설비 투자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인프라를 활용한다. 병원 및 기업 협력을 위한 지역 거점 역할을 한다. 국제 품질 규격을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도 담당한다. 인체유래 바이오 소재 개발, 생산, 인증, 사업화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심점이 들어선다.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인체유래 자원 투자가 확대되면서 재생의학 분야의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기업, 연구소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생산 설비는 정부가 구축한다. 이미 성형외과에서 활용되는 자가 지방, 합성 콜라겐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자원을 개발할 지가 관건이다.

오태석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정부 투자가 국내 중소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기존의 소재와 얼마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