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의 허위·짜깁기 심사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이 기술금융 평가보고서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기업 실사를 생략하고 기존 보고서 등을 베껴 제출하라고 강요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을 처음 내놓고 2년 후부터 제도 시행에 본격 나섰다. 이 제도는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올해 6월 말까지 은행에서 취급한 기술금융 대출액은 45조원을 넘어섰다. 많은 기술 유망 기업이 혜택을 볼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술금융에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림자의 시작은 지난 7월 은행에 자체 기술평가 심사 권한이 주어지면서다. 은행은 정부가 정한 기술평가보고서 제한 규정을 임의로 적용, 숫자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실적을 맞추려다가 기술력 평가가 부실해진 꼴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올해에만 지원될 약 20조원 규모의 대출도 부실화가 염려될 정도다.
이 같은 현장의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현행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의 평가보고서 가이드라인 명문화와 전문 심사 인력의 처우 개선이 요구된다. 은행이 보고서 숫자 맞추기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제대로 된 기술력 심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 심사 인력도 정부의 강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채용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기술금융도 평가가 어렵다 보니 여신 심사에서 매출이나 담보 등이 영향력을 미친다. 회사 규모가 작거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실화가 우려되는데 무조건 대출을 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은행으로선 고민이지만 어차피 기술금융 지원을 늘려야 한다면 전문 심사 인력을 확보, 기술 평가 역량을 높여야 할 것이다.
기술금융은 당초 정부의 독려로 시작된 사업이다. 은행이 마지못해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면 실패는 예정된 것과 다름없다. 지난 정부의 임기와 함께 사라진 녹색금융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