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신뢰회복

[관망경]신뢰회복

“미르·K스포츠 재단 회오리로 올해 국감은 파행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이야기다.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챙기던 때다. 당시만 해도 미르·K스포츠재단이 이 정도로 나라를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 했다. 여소야대 3당 체제 국회가 의회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감은 파행했고 국민은 20대 국회 첫 국감에 `낙제점`을 줬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최순실 국정게이트 번졌다. 국감에서 최순실, 정유라, 차은택 등과 관련한 야당의원 질문에 “모른다. 만난 적 없다” 등으로 일관하던 피감기관 증인의 답변이나 해명이 하나하나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증인은 검찰 수사를 받거나 혐의가 인정돼 구속기소됐다. 국민이 느낀 실망감과 배신감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사과는 국민을 주말마다 거리로 나오게 했다. 더 이상 대통령에게 국정을 믿고 맡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수많은 촛불에 고스란히 담겼다.

[관망경]신뢰회복

“이제 정부가 무슨 얘기를 해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나는 지인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잇는다. “발표하는 정책에 또 어떤 꼼수가 숨겨져 있을지 모르겠어요.”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역대 최저치인 5%를 기록 중이다. 부정적 평가도 지난주와 같은 90%를 기록했다. 신뢰가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떨어질 여지가 없을 정도다.

실무 공무원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심정적으로는 주말 촛불집회에도 나가고 싶고 남들처럼 쓴 소리도 내뱉고 싶지만 `정치적 중립의 의무`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찰이 집회에 참여한 시민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현수막을 내건 것은 상징적이다.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늦었다고 판단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 명분도 충분하다. 정부 요직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한다. 쇄신해야 한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