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민심은 또 한 번 분출했다. 수능 시험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정유라 의혹`에 뿔나 집회에 가세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대면 조사 데드라인(18일)에 응하지 않았고, 최순실 딸 정유라의 대학 입학 특혜가 교육당국 감사에서 사실로 드러난 여파가 컸다.
박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최저 수준인 5%다. 20일 검찰은 박 대통령과 최씨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가 불공정하다며 앞으로 수사에 일절 불응하겠다고 했다. 여론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 박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고유권한을 발판으로 국정재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지난주 엘시티(LCT) 비리 수사를 전격 지시했고 정무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어 검찰 조사 결과 불복으로 다시 한 번 대통령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22일 국무회의 주재도 검토하고 있다. 10월 11일이 대통령 주재 마지막 국무회의였다. 그동안은 황교안 총리가 맡아왔다. 청와대는 또 내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박 대통령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으로서 `외치`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사실상 국정 복귀다.
이번 주 국무회의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대통령의 모두발언은 사실상 `제 3차 대국민담화`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또 야3당이 일제히 반대하고 있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과 정식 서명에 앞서 진행되는 사실상 마지막 국내 절차다.
GSOMIA는 찬반이 엇갈리는 중대한 안보 문제다. 하지만 국민에게 왜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한지, 공감대를 얻는 작업이 생략됐다. 사드 배치 결정 때와 비슷하게 흘러간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시민들은 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번 주말 또 다시 서울 집회가 예정돼 있다. 국무회의 주재, GSOMIA 체결 등 대통령 행동 하나하나에 따라 집회 규모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라는 대통령 권한을 예전과 같이 활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임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피의자` 신분의 국무회의 참석이 몰고 올 후폭풍도 고심해야 한다. 국가 리더십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위기다. `국정의혹`에 왕성한 `국정의욕`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 신중해야 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