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순실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공범 관계`로 인정하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은 그간 자제하던 탄핵 요구를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검찰은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하면서도 수사 핵심인 뇌물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 변호인 측은 반발했다. 예정된 특검 수사에서 대통령의 무고함을 직접 밝히겠다며 초강수로 맞섰다.
◇공범 인정·뇌물죄 없는 공소장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재벌에 774억 원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제하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강요, 강요미수 등 범죄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공모 관계`를 적시했다. 사실상 공범임을 강조했다.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강제수사 여지도 열어놨다. 대통령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아 기소할 수 없지만, 수사는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부정한 청탁`이 드러나지 않았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제 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돈이 뇌물이라기보다 강압에 의해 돈을 출연했다고 봐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를 적용했다”며 “공소장에 빠졌지만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뇌물죄가 빠지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도 피해자가 됐다.
◇野 대선주자, “탄핵 검토할 수밖에”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일부는 탄핵 요건이 성립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탄핵을 즉시 추진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야권 주요 잠룡들과 정치지도자는 국회에서 `비상시국 수습 위한 긴급토론회`를 갖고 정국수습방안과 박근혜 대통령 진퇴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특권 때문에 형사소추를 당하지 않은 것일 뿐, 구속할 충분한 사유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책임, 이른바 탄핵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등은 즉각적인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퇴진 시한을 정해도 박 대통령은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여야 합의 총리 선임과 박 대통령 탄핵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은 계속해서 퇴진 투쟁을 하고 동시에 정치권은 탄핵을 추진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야권 공조를 강조했다. 안 지사는 “국정 혼란 수습은 정당과 원내, 의회 지도력에 의해 좀 더 질서 있게 자리 잡아 나가는 것이 우리가 힘을 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아직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받지 않은 만큼 공모 혐의 판단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새누리 비주류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시국위는 대통령 탄핵절차 즉각 착수와 당 윤리위 제소 등을 요구했다.
◇靑·변호인 검찰 발표 “유감”
청와대는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앞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 에서 대통령 본인의 무고함을 직접 밝힐 계획임을 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검찰이 밝힌 수사 결과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객관적 증거를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격 살인에 가까운 유죄의 단정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차라리 헌법상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하루빨리 이 논란이 매듭지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치권에 탄핵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증거를 엄밀히 따져 보지도 않고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해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검찰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검찰 직접 조사 협조요청에는 일체 응하지 않을 것이며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