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가상훈련시스템 분야는 VR·AR의 최전방 산업

[ET단상]가상훈련시스템 분야는 VR·AR의 최전방 산업

지난 10월 말 한국전자전(KES)에서는 참여 기업이 앞다퉈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체험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참관객이 긴 행렬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4D VR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 레이싱, 낙하산, 청룡열차 등 시뮬레이터 하드웨어(HW)와 VR 콘텐츠가 융합된 시스템에서 특별한 경험과 만족감을 표시했다.

VR·AR 기술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되는 핵심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페이스북,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시장을 선도하려는 국제 경쟁이 시작됐다. 기업들은 기계, 자동차, 전자, 의료, 유통, 교육 등 이종 산업에 VR·AR 기술을 응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도를 지속하면서 신시장을 열고 있다. VR·AR 기술 대표 전방산업은 가상훈련 분야다. 요소 기술은 HW와 소프트웨어(SW), 콘텐츠 기술이 융·복합된 시스템이다. 군사, 운전, 의료, 재난대응 등 실제와 유사한 가상 환경을 구현해서 안전하고 저렴하게 효과 높은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는 형태의 훈련 방식이다.

정부도 19대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가상훈련시스템 산업 분야를 지정하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에 연구개발(R&D) 지원과 인력 양성, 표준화, 법제도 검토 등 미래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중에 널리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 확산을 위해 먼저 우리나라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T-50)가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과 계약하면서 모의 훈련기인 VR 시뮬레이터의 동반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항공기, 원자력, 고속철도, 플랜트 등 개개의 수출 모델이 있어야만 가상훈련시스템 분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둘째 비표준 가상훈련시스템은 공급 기업마다 개발 환경과 조건이 달라서 개별 응용 단위의 시스템 개발로 말미암은 호환성 문제, 중복 투자 등이 발생해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구조, 요구 사항, 세부 명세 등 공통 플랫폼 환경에 대한 표준이 필요하다. 품질과 성능 인증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은 훈련용 항공기 시뮬레이터 장비의 기능·성능별 등급 기준, 훈련 절차, 훈련 기관에 대한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셋째 가상 훈련 산업은 특성상 대중 제품보다는 특수한 직무 훈련에 활용되는 가상 훈련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업간(B2B) 중심의 비즈니스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B2B 시장은 수요 한계로 시장 확대 지속을 위해서는 시장 잠재력이 큰 대중 성격인 기업·개인거래(B2C) 신시장 창출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 VR플러스(VR체험관)는 HTC바이브, 기어VR를 비롯해 자동차 시뮬레이터를 설치·운용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1호점)과 부산(2호점)에 오픈된 데 이어 점차 가맹점이 늘고 있다. 이처럼 가상훈련 산업도 B2C 시장 창출을 위해 유망 응용 분야 선정과 각 기술·제품·서비스별 로드맵 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넷째 매년 11월 말 미국에서 개최되는 `가상훈련전문 전시회`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가상훈련 솔루션을 시연하는 비즈니스 현장으로 인식되면서 58개국 470개사가 참여하는 50년 역사의 최대 전시회다. 우리 기업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선도 기술이라는 높은 가치에 비해서는 참여도가 낮은 편이다. 우리 기업도 이러한 마케팅 플랫폼을 전략화해서 회사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동시에 국내외 잠재 고객사 대상의 다양한 마케팅 역량 강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기업 등급을 4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역 수행 기업, 자사 제품 보유 기업, 플랫폼 사업 기업과 최상급인 소비자에게 문화를 만들어 주는 기업이다. 이처럼 우리 기업도 가상훈련시스템이 단지 제품으로만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서 가상으로 배우고 연습하는 다양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계별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과 함께 선도 비즈니스 모델 및 수익 구조 등 분석,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전략 및 시도가 필요하다.

시장 확산이라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B2C 시장 전략, 혁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 품질 인증, 표준 개발 환경, 공통 플랫폼 활용 등 개별 이해 관계자 공통의 유용한 지식 경험 자원을 활용해서 함께 고민해야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점에는 모든 주체가 공감한다. 다만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은 파괴 성격의 창조 개념도 포함되겠지만 흔히 우리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반복해서 배우고 익히며 즐기는 분야에 적용한다면 더욱 큰 시장으로 발전할 것이다.

남인석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