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바이오 기술과 전통 한방원료가 만나 세계화를 준비한다. 한방 `과학화`를 바이오가 이끌면서 47조원 규모 미국 기능성 건강식품 시장 공략을 시도한다.
아리바이오(대표 성수현·이정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한방원료에 대한 신규 기능식품원료(NDI) 인증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의약품으로 치면 미국 내 판매를 위한 FDA 허가를 신청한 셈이다.
NDI(New Dietary Ingredient)는 1994년 10월 이전에 미국에서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지 않은 성분을 뜻한다. FDA는 미국에서 식품으로 사용되지 않은 원료라도 안전성을 입증하면 판매하도록 인증제를 실시한다. 제도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인증 받은 성분은 1000여개에 불과하다.
아리바이오는 `동의보감`에 나온 보중익기탕을 NDI 인증 신청했다. 보중익기탕은 피로, 허약체질, 식욕부진 등을 개선하는 전통 한방탕이다. 동의보감, 제중신편, 방약합편, 동의수세보원 등에 전재돼 널리 처방됐다. 현대 한의약에서도 육미지황탕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한약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도 받았다.
전통 한방원료를 제시한 이유는 시장성과 자신감 때문이다. 미국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약 400억달러(약 47조원)에 달한다. 비타민 등 영양보충제를 포함해 중국인이 주도하는 중의약 기반 건강보조식품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무허가 건강보조식품이 난립하고 신뢰를 잃었다.
아리바이오는 식물 원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성분 97%까지 분석해 입증하면서 규제기관은 물론 이용자에게 신뢰를 준다. 한방원료 분석이 가능하다보니 질환별 적용 폭도 넓어졌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회장은 “우리나라 한약이 세계로 뻗지 못한 것은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보중익기탕에 들어간 10대 생약을 모두 분석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으며, 미국 NDI 인증만 남겨뒀다”고 말했다.
FDA가 NDI를 심사하는 기간은 75일이다. 내년 2~3월경 결과가 발표된다. 보중익기탕이 NDI 인증을 받으면 국내에서는 한방원료로는 최초, 식물원료로는 백수오에 이어 두 번째다.
아리바이오는 내년 인증 신청 품목을 늘린다. 폐 질환에 좋은 `자음강화탕`, 허열을 내려주는 `육미지황탕`, 헛개와 홍삼 등 네 가지다. 단순 판매허가 획득에 그치지 않고 현지화, 신뢰성 강화 노력도 기울인다. 미국인에게 거부감이 있는 탕약을 알약 형태로 제제화했다. 비타민 보충제를 먹듯 캡슐로 된 알약을 복용하면 된다.
건강기능식품을 넘어 암 등 치료 보조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아리바이오는 통합의료진흥원과 보중익기탕을 폐암 항암제와 병용 투여하는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항암제 독성을 최대 70%까지 감소하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FDA로부터 안전성 입증을 받으면 미국 하버드, 조지타운 메디컬센터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추진한다. 암 치료에 우리나라 전통 한방요법이 추가된 양·한방 치료를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미국에서는 3~4기 말기 암환자 치료비가 연평균 1조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단순히 건강기능식품 원료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제형을 연구하고, 임상시험으로 치료 보조제 효능까지 입증할 예정”이라며 “우리 선조가 남긴 한의약 노하우를 바이오 기술과 결합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세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