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칼럼] 빈대만 잡고, 초가집은 키워야 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6/11/23/article_23180237415060.jpg)
신중경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세월이 잔인하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인해서 모든 사안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함몰되고 있다. 을씨년스런 초겨울 날씨와 더불어 지면서, 느껴지는 사안들의 엄혹함이 더욱 가중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더 무서운 것은 이 사태가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언제쯤 어떤 방식으로 수습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최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 외에는 어떤 것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모든 사안들이 최순실 게이트에게 함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점은 잘 인식하고 있고, 촛불의 민심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조금은 침착하게 우리의 경제문제들도 다시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섣부른 생각일까? 산업 구조조정, 청년 실업, 금리 인상, 가계부채 등의 산적하고 시급한 경제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 중에서 필자는 청년창업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청년 창업의 활성화는 산업 구조의 재편성과 청년 실업 해소라는 두가지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도 제조업의 비용우위 중심의 대기업 선단체제로는 추가적 성장이 어려운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본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새로운 수요를 자극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다수 나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창조경제를 표방하면서 창업 활성화를 적극 지원한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옳았다. 다음 정권에서도 어떤 슬로건을 내걸던 창업 활성화를 정부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창조경제를 주도하던 정부 부처 중 한군데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내년 창조경제 예산의 상당 부분이 날아갈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는 점이다. 문광부는 이번 게이트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책임을 피해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예산들은 삭감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면 삭감된 예산은 어디에 쓸 것인지가 중요한 고민이라는 점이다. 복지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다른 이야기도 들려온다. 문광부의 창조경제 예산의 핵심 사업은 콘텐츠코리아랩 사업과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것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이다. 콘텐츠코리아랩 사업은 문광부가 2012년부터 기획해서 2014년부터 실행된 사업으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다. 문광부의 대표적인 창업지원 브랜드 사업으로써 활용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은 사업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콘텐츠코리아랩 사업이 창업과 연계성이 낮았으므로,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창업지원에 초점을 더욱 맞춘 사업으로 발전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청년들에게 취업준비 수당을 나눠주는 것 보다 이런 사업을 통해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발전적 복지의 개념으로 예산을 확보해주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내뱉는 것이 현재 시국에서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필자도 알고 있다. 그래도 청년들은 정부에서 주는 한시적인 용돈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교육을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믿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다. 콘텐츠코리아랩 사업은 지금까지는 취업률이 낮은 예술 전공자들에게 창작 공방을 제공함으로써 무명의 서러움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을 제공하였다. 이제는 이를 창업과 연계시킴으로써, 예술 전공자들이 자신의 장기를 활용하여 경제적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대학들과 연계하여 창업교육, 보육 및 투자 활성화가 이어지는 체제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예산이 지원된다면 새로운 한류의 확산과 이를 통한 성장이 예상된다. 빈대는 분명히 잡아야 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빈대만 잡아내고, 초가집은 다시는 빈대가 들어오지 않도록 수리해서 재탄생 시켜야 한다. 지금처럼 초가집을 새로 짓자면 그 동안의 투자가 너무 아까운 매몰비용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언제인가는 다시 비슷한 정책을 반복하면서, 중복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비용 낭비는 줄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어떤 정치적 이슈에 관련한 글도 쓰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하면서, 이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 다짐은 지금도 지키고 싶다. 많은 고민 끝에 단 한번의 예외를 두기로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사건을 맞이한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제와 역사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현재의 엄혹한 글로벌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