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미씽: 사라진 여자’] 그녀는 누구인가…사회적 약자의 또 다른 이름

출처 : '미씽' 포스터
출처 : '미씽'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여자’와 ‘엄마’라는 사람들은 묘하다. 연약하지만 강하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지선(엄지원 분)은 이혼한 후 돌 지난 딸을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다. 아이의 아빠는 딱히 아이에게 관심이 없지만, 할머니는 아이를 데려오기 위한 소송을 하고 있다. 다행히 지선의 옆엔 아이를 자신의 아기처럼 돌보는 한매(공효진 분)라는 중국인 보모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한매와 아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지선은 한매를 찾으려 하지만 그의 이름도 핸드폰 번호도 어느 하나 진실인 게 없다. 그때,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 속 들려오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엄마에게 말도 못할 공포를 안겨준다. 지선은 바들바들 떨면서 아이를 찾지만, 이것마저 사실이 아니었다. 이 와중에 시어머니는 지선이 보모와 짜고 아이를 빼돌린 것이라고 몰아간다.

경찰도 변호사도 어느 누구 하나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답답한 상황에서 지선은 홀로 한매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경비원 아저씨는 한매가 유독 아기에게 집착했다고 하고, 과거에 한매를 알던 사람은 한매가 매일 2시간씩 꼭 가는 곳이 있었다고 했다.

진실은 한 꺼풀씩 벗겨지지만, 드러난 이야기는 시원함이 아닌 불편함을 가져다준다. 한 여자가 또 다른 한 여자를 파괴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한 개인에게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회 구조가 만든 재앙에 가까웠다. 극과 극인 듯 하지만 결국 하나의 존재였던 두 여자는 모두 피해자일 뿐이었다.

출처 : '미씽' 스틸
출처 : '미씽' 스틸

한동안 충무로에는 제대로 된 여자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 ‘미씽: 사라진 여자’는 여배우 주연 영화일 뿐만 아니라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한 획을 그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유괴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여자, 그리고 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고발이다. 이언희 감독은 스릴러를 바탕으로 여자 이야기를 그려내며 재미와 의미를 한꺼번에 잡았다. 그는 솜씨 좋게 두 여자의 감정을 교차시키며 극에 설득력을 부여했고, 충격적인 반전과 여운까지 남긴다.

약혼녀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그녀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영화 ‘화차’가 겹쳐 보일 수 있겠으나 두 주인공이 여성인 이 영화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는 엄마들의 이야기이기에 조금 더 처절하다.

‘소원’ ‘더 폰’ 등 모성애 짙은 엄마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엄지원이 극한의 상황을 맞닥뜨린 엄마 역할을 맡아 호소력 짙은 연기를 보여줬다. 감정을 눌러 담거나 폭발시킬 때 모두 관객을 뜨겁게 울린다.

엄지원이 전반에 나서 이야기의 흐름을 끌고 가지만 영화를 거칠게 휘두르며 분위기를 장악하는 것은 공효진이다. 공효진은 관객에게 낯설게 보이기 위해 두껍게 눈썹을 그리고 30개가 넘는 점을 찍어 수더분한 외모를 만들었다. 중국인인 한매를 연기하기 위해 공효진은 어눌한 한국어와 능숙한 중국어를 해냈으며,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비밀스러운 인물 한매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김선영은 한매의 과거를 알고 있는 술집 여자로 분해 짧은 분량에도 과감한 설정을 부여해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우울한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박해준, 김희원, 조달환 등이 열연했다. 오는 30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