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영화] 영화 흥행 키워드 ‘사회성’…흥행과 주목 이끄는 ‘사회성 영화’

사진='내부자들' 포스터
사진='내부자들'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이제 보니 영화 ‘내부자들’은 거짓 영화네요. 현실에 비해서 미화가 심하게 이뤄진 작품이었어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한 기사에 달린 한 누리꾼의 댓글이다.

하루하루 국가 권력의 껍질이 벗겨지면서 목소리를 내는 국민들로 가득 찬 지금,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영화 ‘내부자들’(2015)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내부자들’은 정치권력과 재벌 그리고 언론이 유착한 내용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비리로 가득 찬 사회의 속내를 비췄다. 현실이 그대로 표현된 영화였다며 웃픈(?) 재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자백' '터널' '베테랑' '부산행' 포스터
사진='자백' '터널' '베테랑' '부산행' 포스터

어느 순간부터 사회성 짙은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안착해있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조사한 흥행 성공 키워드에 ‘사회성’이 들어갈 정도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말한 2015년 개봉작 ‘내부자들’은 감독판까지 포함해 9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베테랑’은 1300만을 돌파하며 역대 관객 수 3위 기록에 올랐다. 올해도 이러한 열풍은 이어졌다. ‘부산행’은 1100만 명을, ‘터널’은 710만 명이 관람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과 ‘무현-두 도시 이야기’가 각각 13만 관객을 돌파했고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는 11만을 넘어섰다.

사회성 영화가 흥행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과거의 작품까지 회자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단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장치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라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 영화 속 맥락에서 관객들은 공감, 좌절, 분노, 쾌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느끼고 있다.

‘부산행’은 좀비 출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해 사회 혼란 속 집단 이기주의와 정부 지도층의 무능함을 현실과 유사하게 꼬집어냈다.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주인공과 그의 구조를 둘러싼 갈등을 이야기한 ‘터널’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붕괴, 부실공사, 언론인의 모습, 관료들의 무관심 등 상당 부분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성훈 감독은 이를 부인하며 ‘생명과 재난, 시스템의 잘못’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하나의 사건을 모티브로 삼지 않아도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임이 증명된 셈이다. 상업 오락 영화인 ‘베테랑’도 마찬가지다. 사회 지도층의 부정부패를 까발리면서 여러 재벌들의 범법 사례를 차용했다.

사진='변호인' 포스터
사진='변호인' 포스터

실화를 모티브로 삼은 사회 고발 영화도 상당수다. 2013년에 개봉한 ‘변호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삼아 '부림 사건'을 다뤘다. 부지영 감독의 ‘카트’는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영화로, 2007년 ‘이랜드’가 운영한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을 재구성했다.

이밖에도 영화 ‘한공주’ ‘부러진 화살’ ‘또 하나의 약속’ ‘소수의견’ 등 현실에서 벌어진 온갖 부정과 실체들을 고발성으로 다루며 시선을 모았다.

어떤 영화는 ‘영화’다운 허무맹랑한 해피엔딩을 선물해주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가슴 답답한 현실적 결말로 끝맺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혹자는 현실을 보는 거울로 이용하기도 하며 혹자는 현실로부터 받지 못한 짜릿한 해피엔딩을 꿈꾸기도 한다. 관객에게 좌절감과 동시에 영화 속 해결을 통해 희망을 주는 것이다.

사진='도가니' 포스터
사진='도가니' 포스터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진 것을 넘어서 사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영화도 있다. 2012년에 개봉한 ‘도가니’(감독 황동혁)가 대표 사례다.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오랫동안 벌어진 원생 성폭행 실화 사건을 다룬 영화로, 개봉 이후 관객의 관심은 물론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도가니 사건’이 다시 공론화 되면서 ‘도가니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까지 제정됐다.

사회 비판 영화가 사회에 변혁을 일으킨다거나, 어떠한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자각 혹은 쾌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영화’적 역할을 해낸다. 이에 더해져 현실의 유리천장을 두드리고 깨뜨릴 수 있는 힘을 발휘하는 것은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