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들과 다른 우리

넉넉지 못한 사람에게 더 춥고 어려운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최순실 사태 등 정치 이슈까지 겹치면서 벌써부터 이웃을 돕는 따스한 손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구호·복지 단체들은 연탄 기부 등 줄어든 도움의 손길에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의 힘겨운 겨울나기를 걱정한다.

전국의 연탄 기부는 지난 10월부터 2개월 동안 96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0만장보다 36%나 감소했다. 전국 연탄 은행 31곳이 확보한 물량도 37.5%나 줄었다. 줄어든 물량에다 12월에 진행하는 연탄 후원 봉사활동 일정도 잡지 못한 실정이다. 반면에 운송비를 포함한 연탄 1장 가격은 573∼600원. 지난해 500원에서 약 15%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단체는 외상 구매까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TV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연탄 1000장을 들여놓고 뿌듯해 하는 정봉이 엄마가 생각난다. 드라마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에 김장을 담고 연탄을 들여놓아야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어머니 얼굴도 스쳐간다.

시절이 좋아져서 대다수 국민이 연탄과 관련된 겨울나기 고민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에서 15만 가구가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한다. 주로 쪽방, 홀몸 노인, 노숙인 등 저소득층이다.

연탄뿐만이 아니다. 복지기관에 후원자들이 보내 주는 분유, 화장지 등 정기 후원 물품도 크게 줄었다.

빈곤층에 지원되는 이런 물품은 대부분 기업이나 공공단체, 개인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전체 후원금의 70%를 차지하던 공공 기관이나 기업의 후원이 특히 많이 줄었다.

실제 구호·복지 단체들에 따르면 안 그래도 팍팍해진 기업 경영 환경이나 가정 살림 속에 최순실 사태 등으로 기부 문화가 더 위축됐다.

누구는 10억원짜리 말을 타고 수천억원을 모금하는 동안 한편에서는 연탄값 100원 인상을 걱정하고 있는 것도 지금 우리 현실이다. 어쩌면 줄어든 온정의 손길이 특정 개인의 이익으로 흘러들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벌써 네 차례에 걸쳐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혔다. 촛불은 이번 주말에 또다시 켜진다. 사람들이 모이는 그 근처에 올해 불우이웃돕기 현황을 보여 주는 `사랑의 온도탑`이 있다. 서울시청 앞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21일부터 72일 동안 `사랑나눔 캠페인`으로 성금 모금에 나섰다. 목표액은 3588억원으로, 지난해 3500억원보다 2.5% 늘었다. 통상 전년 성과보다 1.5∼2.5% 상향 설정하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공동모금회는 올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가 여의치 않다 보니 모금 목표액을 낮춰 잡는 단체도 있다.

현재 시국에 대한 분노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10분의 1, 1만분의 1이라도 우리 주변의 삶을 돌아보는 온정의 손길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 또한 사리사욕을 위해 온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사람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가 아닌지 생각한다. 26일 `광화문`에 간다면 시청앞 `사랑의 온도탑`에도 따스한 눈길 한번쯤 주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