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데이터 전송 능력을 확보하면서 열을 줄이는 패키징 기술이 필요하다. 팬아웃이 중요한 기초 기술이 될 것이다.”(김구성 강남대 교수)
“팬아웃은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첨단 기술이다. 스마트폰용 칩에서 출발했지만 앞으로는 자동차 반도체에도 이 기술이 전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김종헌 네패스 상무)

“삼성은 `비욘드 무어`를 위해 생산성 높은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기술을 도입했다. 앞으로는 후공정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배광욱 삼성전기 상무)
반도체 패키지 업계 전문가는 팬아웃 기술이 반도체 성능 진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전자신문사, 한국반도체연구조합 공동 주관으로 열린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콘퍼런스` 현장에서다.
웨이퍼 가공 공정을 마친 반도체 실리콘 칩(Die)은 고객사로 출하되기 전에 패키징 과정을 거친다. 패키징 작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메인 기판과의 신호 전달을 위해서다. 외부 습기나 불순물, 충격으로부터 칩을 보호하려는 목적도 있다.
통상 패키지는 입출력(I/O) 단자를 실리콘 칩 안쪽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팬인 방식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노 공정의 진화로 칩 사이즈는 작아지고 집적도는 높아졌다. I/O 단자는 늘고 칩 면적이 좁아지면서 팬인 방식 패키지 방식을 계속 유지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최근 뜨는 기술이 바로 팬아웃이다. 다이 바깥쪽에 패키지 I/O 단자를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 없이 몰딩 방식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원가도 절감할 수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팬아웃 패키징의 특장점이 여러 차례 소개됐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최종 패키지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애플 아이폰7용 AP `A10`은 팬아웃 기술로 패키징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전작 대비 두께가 현저하게 줄었다.
둘째 방열이 개선된다. 패키지용 기판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실리콘 칩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 실리콘 칩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워지면 열을 효율 높게 방출할 수 있다. 두께가 170마이크로미터(um)인 AP 실리콘 칩의 두께를 310um로 늘리면 평균 온도가 5도 감소한다.
셋째 신호전달 거리 축소로 임피던스(교류회로에서 전압과 전류의 비)가 감소한다. 구동 전압을 효율 높게 높일 수 있다. 팬아웃 기술이 적용된 애플 A10 AP는 A9과 동일한 16나노 공정이지만 전압을 높이지 않고도 동작 클록을 1.8GHz에서 2.3GHz로 높일 수 있게 됐다.
김종헌 네패스 상무는 “이미 팬아웃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 칩이 속속 시장에서 상용화되고 있다”면서 “팬아웃 기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TSMC나 삼성 등 파운드리 및 종합반도체 기업이 팬아웃 패키징 작업을 직접 하게 되면서 앰코, 스태츠칩팩, ASE 같은 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OSAT) 업체의 입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배광욱 삼성전기 상무는 “조 단위의 투자가 뒤따르는 프리미엄 팬아웃 패키지 시장은 파운드리나 종합반도체 기업이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겠지만 다소 간단한 칩 패키징은 여전히 OSAT의 몫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구성 강남대 교수는 “팬아웃 기술은 모어 댄 무어 시대를 이끌겠지만 앞으로는 `시스템 무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패키지 하나에 배터리까지 들어가는 기술 개념으로, 2020년 이후에는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