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코리아 우리가 주역]〈7〉지구 중력 890배 고속 회전 혼합기, 산업계 본격 적용

프로펠러 없이 용기 회전만으로 재료를 혼합하는 고속 분산·혼합기가 산업 현장에 본격 채택되기 시작했다. 지구 중력 890배에 이르는 힘으로 에폭시 같은 고경도, 고점성 물질까지 혼합한다. 신소재 연구개발(R&D) 기간 단축은 물론 혼합재 생산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인스시스템(대표 지준호)은 행성형(Planetary) 고속 혼합기를 국내 고객사에 공급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행성형 혼합기는 혼합 용기의 자전, 회전축의 공전으로 재료를 섞는 장비다. 프로펠러 없이 강한 회전만으로 작동한다. 아인스시스템은 이 장비 용량을 10㎏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아인스시스템 고속 혼합기 `I-2500`
아인스시스템 고속 혼합기 `I-2500`

행성형 혼합기는 일본 싱키믹서가 시장을 선점했지만 산업현장 적용이 어려웠다. 혼합 용량이 수백 그램(g)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단위 장비를 도입하려면 1억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아인스시스템은 2.5㎏ 장비를 약 3500만원에 공급한다. 1억원이 넘는 10㎏ 장비도 양산 공급했다.

가장 큰 장점은 높은 혼합력이다. 2.5㎏ 장비 `I-2500`은 1000RPM 회전력으로 890G 압력을 발생시킨다. 이는 지구 중력 890배에 이르는 힘이다. 장비 용량이 커지면서 회전 중심축과 용기 중심 사이 직경이 375㎜로 늘었기 때문이다. 가동 2.5초 만에 1000RPM에 도달한다.

우레탄 같은 고점성 물질에 기능성 재료를 혼합할 때 적합하다. 실제 기능성 우레탄 제작 업체에 장비를 공급했다. 비중이 낮은 나노 파우더 혼합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고객사는 수십 가지 재료를 1분 안에 섞는 데 성공했다.

`어드밴스드테크 코리아 2016`에 전시된 아인스시스템 장비
`어드밴스드테크 코리아 2016`에 전시된 아인스시스템 장비

행성형 혼합기는 용기 내에 강한 회오리가 발생하며 혼합물이 아래에 모인다. 덕분에 재료 이탈이 없고 혼합물을 꺼내기도 쉽다. 기능성 재료 대부분이 극소량 첨가되기 때문에 강한 회전에도 재료가 새어나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지준호 대표는 “강한 회전력과 중력 때문에 완성된 혼합물이 용기 외벽에 붙지 않고 가운데로 빨려들어가게 된다”면서 “뚜껑을 연 채 1000RPM으로 회전시켰을 때도 물 한 방울 튕겨나가지 않는 게 장비 출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지준호 아인스시스템 대표(왼쪽)가 행성형 고속 혼합기를 소개하고 있다.
지준호 아인스시스템 대표(왼쪽)가 행성형 고속 혼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아인스시스템 장비는 완충 제어 기술이 핵심이다. 빠른 회전과 높은 압력에도 축과 장비 뼈대(프레임)가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완충 뎀퍼를 자체 개발했다. 내용물이 용기 중심 아래로 향하도록 잡아주는 균형 제어 기술도 결합했다.

장비를 개발한 직후 양산 납품에 성공하고 약 2년 만에 제품군도 4종으로 늘었다. 전자재료, 바이오, 화장품, 제약 등 혼합재가 쓰이는 대부분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D 시장을 공략해 양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