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가 변동성, 미리 대책 세워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산유량 제한에 합의했다. 배럴당 40달러대를 오가던 국제유가는 50달러대 턱밑까지 일제히 상승했다. 감산 합의에 따른 공급량 감소 전망에 시장이 바로 반응한 것이다. OPEC 감산으로 유가는 당분간 상승 기조를 이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가 하락에 단초를 제공한 미국 셰일가스 생산 추이, 산유국 감산 이행 여부 등이 상승폭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OPEC 감산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당장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유류비 부담이 커진다. 공산품 생산 단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유가는 그동안 우리 수출을 짓누르는 악재의 하나였다. 주요 수출국인 중동에 오일머니가 부족,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가가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이다.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모두 아들로 둔 부모 입장과 비슷하다. 특히 OPEC 감산과 별도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것도 세계 에너지 정책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내 석유 생산 확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OPEC 감산으로 한숨 돌린 중동 국가들이 미국의 석유 증산 정책으로 다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산유국의 에너지 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정 마비 사태로 산업계는 불투명한 미래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세계 에너지 정책에 관여할 수 없다면 만반의 대비책을 잘 수립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은 급작스러운 기름 값 변동이 없도록 유통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업은 철저하게 유가 시나리오별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장기로는 에너지 독립을 위한 대체 에너지 개발 정책도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저유가로 그동안 주춤하던 태양광 지원 정책도 실효성이 생기면 빨리 부활시킬 수 있는 만반의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