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7일 개성공업지구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 산하 명지총회사 허철만 부총사장을 대표로 한 북한 측 6명과 한국광물자원공사 임직원 5명이 북한 지하자원 개발 및 정촌흑연광산 정상화를 협의하기 위해 만났다.
명지총회사는 북한 내 모든 지하자원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피격 사건의 책임을 물어 북한 제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0년 5·24조치`로 남북 간의 모든 교류가 중단됐다. 이날 회담의 주된 내용은 5·24조치로 중단된 남북 간 합작 사업인 정촌흑연광산 정상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북한 정촌흑연광산 개발 사업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3년 7월 당시 대한광업진흥공사(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 민경련이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후 이듬해인 2004년 3월 착공, 2006년 4월 우리 기술로 선광(選鑛)장을 준공한 후 2007년 4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남북 간 최초 공동 개발 광산이다. 광산 흑연 매장량은 625만톤으로, 연간 제철용 내화물 흑연 3000톤을 생산해 양측이 반반씩 나눠 갖는 방식이다.
광물자원공사는 채광·선광·운반 시설에 현물로 60억원을 투자했고, 북한은 광산·노동·전력·용수 등을 제공했다. 이후 생산 제품이 2007년 550톤, 2010년 300톤 등 모두 850톤이 인천항을 통해 반입됐다. 남북 간 합의에 의한 첫 북한산 광물 반입이었다.
당시 만남에서 우리는 남북 간 합작 사업인 정촌흑연광산 개발의 정상 가동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양측이 공동으로 조사하자는 것이었다. 북한 내 모든 자원 조사를 남북이 공동 추진, 앞으로 남한 기업들이 체계를 갖춰 진출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11월 30일 2차 실무자대표 만남이 이뤄졌다. 북측은 1차 만남에서 우리가 요청한 북한 희토류 샘플을 가지고 나왔다. 샘플은 한국으로 돌아와 시험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희토류 개발 광산의 세계 평균 품위가 중국(네이멍구) 4.95%, 미국(마운틴패스) 8.9%, 남아프리카공화국(잔드콥스드리프트) 2.3%인데 반해 북한 희토류는 10.9%였다.
당시 2차 만남에 배석한 북한 지배인은 2000~2010년에 덕달리 지역을 탐사, 탐사 결과 희토류 성분이 있는 것이 약 2억9800만톤이고 그 가운데 희토류 원석은 2000만톤 이상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규모다.
많은 전문가들은 남북관계가 좀처럼 잘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의 하나로 경직된 북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좀처럼 유연한 자세를 보이지 않는 우리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남북은 특수한 관계이고, 북한은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운명일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북한을 압박하더라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한다. 제재가 대북 정책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더라도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화가 유화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돌파구는 경제 협력이다. 지금 막혀 있는 남북 간 대화를 위해 북한 지하자원 개발을 얘기해 보자. 예상 밖의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강천구 영앤진회계법인 부회장 kkgg100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