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반도체 예산 반토막 이유는…부산 신규 기반시설 구축은 과도

전력반도체 예산 반토막 이유는…부산 신규 기반시설 구축은 과도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해 내년부터 국책으로 진행되는 `신산업 창출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 총예산이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부산시가 계획한 금액 대비 절반 이하로 깎여 그 배경에 산업계와 학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산업부와 부산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총 2092억원(국비 1491억원, 지방비 301억원, 민자 300억원)을 투입해 전력반도체 소자 개발과 생산 기반을 구축하는 내용으로 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연구개발(R&D)에 1200억원, 기장군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 일대를 전력반도체 생산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데 892억원을 사용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예타 조사결과 총사업비는 836억5300만원으로 확정, 사업계획 원안의 40% 수준으로 삭감됐다.

예타 조사 주체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부산시에 생산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간 정부 자금을 들여 마련한 나노팹의 운용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송도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공공 팹이다. 이 팹 구축에 정부 예산이 1400억원 이상 투입됐으나 생산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허덕이다 가동을 멈췄다.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 예산이 삭감된 주된 이유다.

6일 예타를 진행한 KISTEP 내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부산시에 전력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작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KISTEP은 보고서에 “기존 시양산 팹은 기업 수요, 운영비용 확보 한계 등으로 시설 운용이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산업부와 부산시는) 수도권에 집중된 팹리스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나 관련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제반시설 활용 의사 확인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이어 “정부가 기존에 나노 공정기반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했으므로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시설 활용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타 조사 과정에서 생산 기반시설 구축건은 뜨거운 감자였다. 산업부와 함께 이 사업을 기획한 부산시는 기장군에 생산 기반시설 구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전 새누리당 의원)과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부산시 기장군, 전 산업부 장관) 등이 예타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KISTEP은 그러나 “시설활용에 대한 수요를 특정 업체가 대부분 제시하고 있고 시설활용 수요조사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면서 “장비구축 계획도 제출되지 않은 등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없지 않나”라고 막아섰다.

결국 부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기장군에 신규 구축하려던 생산 기반시설 관련 내용을 포기했다. 대신 부산대 멤스나노부품생산센터에 일부 예산을 투입, 전력반도체 R&D 시제품 생산 체제를 만드는 내용으로 재차 기획서를 제출했다. 이 안에 통과되면서 당초 계획 대비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일반 R&D 사업 항목도 기존 국책과제와의 중복성을 검토한 결과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 사업 기획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생산 기반시설 구축은 통과하지 못했으나 오랜 기간 추진해왔던 전력반도체 국책 사업이 예타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은 예타 심사에서 두 번 낙방한 전례가 있다. 2012년 첫 조사에서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4년에는 화합물 반도체 중심으로 기획했지만 낮은 상용화 가능성, 기술 수준 등이 문제로 지적돼 본심사도 받지 못했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처리하거나 조정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미국과 일본이 전력반도체 시장의 강국이다.

<신산업 창출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


신산업 창출 전력반도체 상용화사업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