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 | 방송] ‘라디오스타’는 있고 ‘해피투게더’는 없는 것

[ON+View | 방송] ‘라디오스타’는 있고 ‘해피투게더’는 없는 것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토크쇼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2007년 비슷한 시기에 출격한 MBC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와 KBS2 ‘해피투게더’(이하 ‘해투)는 각 방송국을 대표하는 간판 프로그램으로서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두 토크쇼는 늘 방송 직후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높은 화제를 자랑하는 등 평일 심야 예능 투톱을 차지하며 막강한 저력을 자랑했다. 약 9년 간 ‘라스’와 ‘해투’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장수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 판도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라이벌 구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시청자 반응과 시청률 성적표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라스’에는 있지만 ‘해투’에는 없는 것들이 자리한다.

◇ 게스트 수준보다 섭외 향한 ‘촉’

안그래도 화제성 높은 ‘라스’가 새삼 대중의 관심을 모은 것은 이유는 게스트 섭외 타이밍 때문이다. 톱스타가 출연해 주목을 받은 경우도 있지만, 화두에 오를 연예인들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섭외 라인업으로 ‘돗자리 깔아라’ ‘귀신같은 섭외능력’ 등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엑스아이디(EXID) 하니, 문희준, 블락비 지코 등은 ‘라스’ 출연을 확정 지은 뒤 열애 혹은 결혼 소식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근황의 아이콘’이라고 불릴 정도로 근황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을 불러 모았던 최민용이 ‘복면가왕’에 나와 뜨거운 화제를 모았는데, ‘라스’는 이와 별개로 ‘하이킥 특집’으로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재고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늘 신선한 재미를 주던 비결에는 뛰어난 시의성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기가 막힌 ‘라스’의 레이더망은 결국 ‘라스’의 촉이자 능력이다. ‘라스’ 황교진 PD는 “커뮤니티란 커뮤니티는 다 뒤지고 유행하는 말도 다 찾아본다. SNS나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연예인을 찾기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해투’가 게스트 섭외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게스트를 섭외하는 목적과 순발력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해투’는 같은 방송국 드라마나 새 앨범을 홍보하기 위한 연예인들이 주로 출연한다. 혹은 ‘이미’ 화제몰이를 한 스타들을 뒤늦게 섭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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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를 만들어내는 힘

‘라스’와 ‘해투’는 매회 게스트들의 특징을 한데 묶어 다른 주제를 내세운다. 다만 ‘라스’는 공통점이 전혀 없을 법한 게스트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주제를 부여한다. ‘해투’는 주제를 정해놓은 뒤 그에 맞는 게스트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주제에 끼워 맞춘다는 느낌이 들지만 누구도 바라보지 않았던 색다른 시선이다. 게스트는 지금까지 끌고 온 이미지와 상관없는 주제에 녹아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풀어낼 수밖에 없다. MC들 또한 새로운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고 리액션을 한다.

후자는 해당 특집이 정해진 틀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게스트들이 에피소드를 ‘재탕’하거나, 본인들이 풀어내기 쉬운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단점도 있다.

◇ 스타제조기?...은인이 되거나, 수단이 되거나

앞서 말한 두 가지 요인은 결과는 결국 스타의 유무로까지 이어진다. 토크쇼가 지닌 가치는 프로그램이 배출해낸 스타가 있냐 없냐에 따라 올라간다.

‘라스’는 시의성을 띄면서도 미래를 바라본다. 인지도가 낮은 연예인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원석을 보석으로 다듬거나, 어딘가 애매한 연예인은 능력이 더 폭발할 수 있도록 한다. 한동근, 차오루, 박나래, 솔비, 강균성 등이 그 예다.

방송을 통해 연예인 생활의 제2막을 열게 된 이들은 ‘라스’를 은인으로 여기고 고마워한다. 신인들에게 ‘라스’ 출연은 꿈의 실현이자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디딤돌이다. 숨겨져 있던 자신의 매력을 발굴해주는 양성소인 셈이다.

반대로 ‘해투’는 오히려 가장 핫한 스타들을 섭외하려 한다. 스타를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스타를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것이다. 어디서나 게스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 PR이겠지만, 그 과정에 따라 게스트에게 와닿는 프로그램의 중요도와 역할은 달라진다. 결국 ‘해투’는 게스트들의 목적성이 뚜렷한 수단으로 그치고 만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