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80> 가치경영으로 승부하는 게이트비젼 김성수 대표

내년부터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는 “경영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비결은 정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내년부터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인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는 “경영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비결은 정직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998년 10월 말. 모 공기청정기 제조업체가 그해에 뽑은 신입사원 환영회를 열었다. 새내기 사원들이 돌아가며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 신입사원이 의외의 포부를 밝혔다. “저는 3년 안에 창업하겠습니다.”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이튿날부터 그는 `미운 오리`가 됐다. 회사는 그에게 주요 업무를 맡기지도, 일을 가르치지도 않았다. 퇴직할 그에게 주요 업무를 맡길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1인 기업을 창업했다.

김성수 게이트비젼 대표 이야기다. 그는 유통업계의 창조적 파괴자로 불린다. 남의 뒤를 따라가지 않고 가치창조 전략으로 유통업계에 새 길을 열었다. 국내 최초로 쾌적한 환경의 고급 매장에 큐레이터를 배치했다. 트렌드를 읽는 시각도 남다르다. 기존의 유통 방식과 차별화, 세계 1위 고급 브랜드만 직수입해 공급한다. 이로 인해 기업은 매년 성장했다. 창업 16년 만인 올해 매출액은 1000억원이다.

그의 경영 원칙은 가치창조와 정직이다. 모든 업무는 공개한다. 심지어 다수 기업들이 영업비밀로 취급하는 수입원가도 공개한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게이트비젼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그는 “내년부터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면서 “경영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는 최선의 비결은 정직”이라고 강조했다.

-언제 창업했나.

▲2001년 10월 21일 나와 약속한 대로 3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1인 기업을 창업했다. 서른 살이었다. 아내가 전화를 받고 소규모 중소기업 제품을 받아 영업했다. 3년 만에 게이트비젼이란 법인을 설립했다. 2005년 일산으로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다.

이후 게이트비젼은 승승장구했다. 2010년 영국 다이슨 총판으로 이듬해 날개 없는 선풍기를 판매, 대박을 터트렸다. 2015년에는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전 이메텍과 영국 프리미어 가전 드림랜드를 독점 수입했다. 매출액은 2013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 2015년 70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올해는 직원 23명이 매출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든 제품이 고급 브랜드인가.

▲그렇다. 모두 세계에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다. 나는 품질을 가장 중요시한다. 품질 좋은 제품을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해 판다. 중간 단계를 거치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직수입하면 소비자들에게 적정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어떤 제품들인가.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고급 브랜드들이다. 영국 다이슨, 스웨덴 블루에어, 미국 키친에이드, 이탈리아 이메텍, 독일 리페르, 스위스 로라스타, 중국 샤오미 등 고급 브랜드다. 이메텍은 이탈리아 전기요 시장 70%를 점유하는 1위 브랜드다. 세계 40여개 나라에 수출한다. 키친에이드 역시 미국 1위 주방 가전 브랜드다. 게이트비젼에서는 현재 청소기, 선풍기, 공기측정기, 냉장고, 다리미, 공기청정기, 전기자전거 등 8개 빅브랜드 전자 제품을 직수입해 판매한다.

-수입은 어떻게 하나.

▲직접 발로 뛰었다. 고급 브랜드를 수입하기 위해 미국 시카고쇼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독일 IFA 등 세계 유명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 처음부터 거래가 성사된 것은 아니다. 한 번 가면 아는 척도 하지 않는다. 두 번 가고 세 번 가야 지나가는 말로 “제안서를 한번 내 보라”고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거래가 성사됐다. 직수입한 제품은 소비자들과 친해지도록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 브랜딩을 했다. 그런 노력을 했더니 이제는 계약 관련 내용은 우리가 주도한다. 최근에는 스위스 대사관에서 자국 내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려는데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고 타진해 왔다. 내년 9월부터 스위스 다리미 1위 업체인 로라스타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계약도 전권을 우리에게 위임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브랜딩은 왜 하는가.

▲상생을 위해서다. 브랜딩을 하면 거래하는 제조업체 측이 아주 좋아한다. 그렇게 했더니 요즘은 우리와 거래를 원하는 해외 고급 브랜드 제조업체가 다수다.

-경영 원칙은.

▲나만의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무채무(無債務) 경영을 한다. 절대 빚을 지지 않는다. 아버지가 많은 빚을 졌다. 어릴 적에 할머님이 `절대 빚지지 말라`고 노래하듯 늘 강조하셨다. 그게 경영 원칙이 됐다. 다음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고급 브랜드만 직수입해 판다. 지금은 고급 브랜드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최고 제품을 최대한 싼 가격에 공급해야 소비자들이 주목한다. 또 준법 경영을 한다. 이익이 많이 남아도 소비자에게 해를 끼치는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 지난해 아토피 안심마크를 획득한 제품을 팔았더니 대한아토피협회에서 선정한 아토피예방 우수기업에 뽑혔다. 올해 여성 소비자 단체가 뽑은 프리미엄 대상도 수상했다.

-유통 성공 비결은.

▲가치경영과 정직이다. 특히 어떤 일이 있어도 정직해야 한다. 제조업체나 소비자와도 정직해야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외국 업체가 우리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거짓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언젠가는 다 안다. 정직이 더 큰일을 하게 만들고, 더 큰 믿음을 갖게 한다. 다음은 직원들의 역량이다. 직원은 처음부터 열정 강한 신입사원을 뽑아 양성한다. 경력직은 채용하지 않는다. 지금 직원 가운데 70% 이상이 10년 넘게 근무했다. 가족 같은 직원들이다. 이들의 역량이 회사 성공의 원천이다. 업무에 관해 직원들에게 재량권을 다 준다. 다만 인센티브제는 없다. 그걸 하면 조직이 무너진다.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자동차도 준다. 또 신상품이 들어오면 직원들에게 한 개씩 준다. 일단 직원들이 사용해 봐야 제품에 관해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직원별 매출목표액이 없다. 각자 알아서 열심히 일할 뿐이다. 다만 일하는 과정에서 내가 자극은 준다. 제품 이익률도 직원이 정한다.

-소비자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나.

▲소비자와는 구매와 동시에 계약 관계다.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한다. 제품을 출고할 때 제품 사용설명서와 함께 동영상을 제작해 보낸다. 동영상을 보면 설명서를 읽는 것보다 제품을 이해하기 쉽다.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을 위해 1대1 카카오톡을 하고, 1대1 문의도 받는다. 우리가 3년 전부터 시작했다. 이를 요즘 대기업들이 도입했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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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AS)는.

▲AS는 다이슨의 경우 5년 동안 무상이다. 이메텍은 3년이다. 전기자전거는 완전 조립해서 배송한다. 그런데 고급 브랜드를 판매하다 보니 AS 비율이 0.3%도 안 된다.

-현재 매장은.

▲거래 매장은 전국에 160개다. 직영점은 본사를 포함해 서울 강남점과 광주점 3개다.

-큐레이션A는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휴식 겸용 고급 브랜드 체험 마당이다. 마치 예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처럼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이 전문 큐레이터로부터 맞춤 서비스를 받는 곳이다. 맛있는 차를 마시면서 큐레이터와 상담하는 공간이다. 현재 본사 1·2층과 강남점, 광주점에 전문 큐레이터를 배치했다. 고객 반응이 아주 좋다. 월 매출액이 1억원 이상이다. 이곳에 와서 큐레이터 서비스를 받고 난 뒤 구입해 간다. 고객 제일주의의 일환이다.

본사 큐레이선A는 1개 층 넓이가 248㎡(약 75평) 규모다. 이곳에는 게이트비젼이 판매하는 각종 고급 브랜드가 마치 미술품 전시하듯 전시해 놓았다. 한편에는 커피와 차를 마시는 카페를 꾸몄다. 커피기 한 대 값이 2500만원이라고 했다.

-큐레이터는 양성했는가.

▲현재 3명이다. 전문 교육을 하고, 시험도 본다. 이들은 제품 관련 전문가다. 경력 3년의 큐레이터도 있다. 모두 자체 양성했다.

-회사 경영은.

▲나는 대표지만 팀장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일한다. 요즘은 속도전이다. 모든 결정은 신속하게 한다. 팀별로 메신저를 만들었다. 팀별로 이메일로 업무를 실시간 처리한다. 보고를 위한 보고는 없다. 업무 내용은 모두 공개한다. 영업회의에는 협력사도 모두 참석한다. 양방향 소통이고, 실시간 소통한다. 우리는 브랜드 수입원가도 다 공개한다. 직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노인과 유아를 위한 사회복지 사업을 할 계획이다. 아내가 이 일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창업할 때 그렇게 서약했다.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창업도 지원할 방침이다. 그동안 2명에게 창업 자금을 지원했다. 나도 집안이 가난해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다. 여름 양복을 겨울철에 입고 지냈다. 그런 가난이 열정을 불태우는 원동력이 됐다.

-좌우명과 취미는.

▲정직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1남2녀)과 노는 게 좋다.

김 대표는 술, 담배를 못한다. 창업 후에 회사 청소는 자신이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후 가장 먼저 회사에 출근해서 2014년까지 청소를 했다. 지금은 청소하는 분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