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 박영선이 열어젖힌 ‘인생 3막’

디자인=정소정
디자인=정소정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SBS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스타를 소환해낸다는 것이다. 오솔미, 강문영, 이연수, 구본승 등이 출연과 함께 실시간 SNS, 검색어 등에 오르내리며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최근 ‘불타는 청춘’의 합류로 주목받은 것은 단연 박영선이다. 90년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그는 1999년, 돌연 연예계를 등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17년이 지나 다시 한 번 대중 앞에 섰다. 물어보기도 전에 “이혼했다”고 뱉는 그의 매력은 그야말로 중년의 ‘걸 크러쉬’였다.



“떠날 때는 뒤도 안 돌아봤어요. 어리석었어요. 헛바람이 들어서(웃음). 누군가에게 밀려나지 않고 탑일 때 떠나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 시대에는 패션모델의 수명이 짧았어요, ‘20대 후반이 되면 그만둬야 되나보다’ 했는데 33, 32살까지 했었으니까 불안함도 있었겠죠. 지금은 느껴요. 그 자리가 얼마나 좋은 자리였는지 말이에요.”

미국 땅에서의 박영선은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한 남자의 아내가 됐고 한 아이 엄마가 됐으며, 그야말로 ‘평범한’ 여자였다. 연예계를 떠나 그가 마주한 세상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진=루체엔터테인먼트
사진=루체엔터테인먼트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잖아요. 내가 연예인 하면서 몰랐던 사회,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알았고 내 자식도 낳고 후회 안 해요. 옛날에는 내가 아는 만큼만 보였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요. 지금은 이해심도 커지고 더 좋은 것 같아요.”

박영선은 이혼을 기점으로 연예계에 돌아올 것을 결심했다. “사막에 던져놔도 잘 살 수 있는, 환경에 잘 스며드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그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자신과 떨어지게 된 아들이었다.

“아이는 제가 이혼 한 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어요. 아픈 건 아니고, 혹시라도 자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이혼했다고 생각할까봐 그런 거예요. 충격 없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엄마가 빨리 직업을 찾아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줘요. 정말 감사하죠.”

톱스타에서 평범한 시청자가 됐던 박영선은 재기를 위해 ‘불타는 청춘’의 출연을 결심했다. 새 소속사에 둥지를 찾고 난 후 첫 번째 방송활동이었다. 연예계는 많이 변해있었다. ENG 카메라 두 대 앞에 서서 ‘슈퍼 선데이’를 진행했던 박영선은 2016년 자신을 찍고 있는 헬리캠을 마주하고 있다.

“주위 동생들이 ‘언니는 불타는 청춘 꼭 나가야해’ ‘누가 언니를 알아봐’라고 말했어요. 한 번 해보니까 저를 살려주는 프로그램이 맞았어요. ‘불타는 청춘’은 모두 야외 촬영 이에요. 방에는 카메라가 달려있으니까 도대체 어디서 옷을 갈아입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웃음) 또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자꾸만 카메라를 보게 돼요. 시골에 있는 방에서 진짜 잘 줄은 상상도 못했고요.”

사진=루체엔터테인먼트
사진=루체엔터테인먼트

“연수, 완선이하고 친해졌어요. 완선이랑은 예전에 같이 방송 출연도 하고 그랬었 거든요. 이번에 완선이랑 촬영하면서 ‘너 성격진짜 좋구나. 내가 지금껏 선입견이 있었네’ 하면서 놀랐어요. 참 괜찮은 친구 같아서 앞으로 친해지려고요.”

박영선은 최근 ‘불타는 청춘’의 괌 특집의 촬영을 마쳤다. 두 번 연속 출연이라는, 나름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남은 것은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일이었다. 강수지-김국진은 현실 커플이 됐고 김광규-강수지가 티격태격 로맨스를 이어가고 있다. 박영선은 그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수지언니가 남자보는 눈이 있구나했어요. 국진오빠 정말 멋있어요. 마음이 큰 사람이에요. 사람들은 ‘너 러브라인 해야 고정한다’고 하는데, 누구랑 만들어야할지 모르겠어요. 광규 오빠는 완선이랑 잘 지내고 있어서, 잘못 끼어들면 뭇매 맞을 거 같아요.(웃음) 새로운 친구가 나를 좋다고 하면 러브라인 생각해 보려고 해요.”

박영선은 욕심이 많다. ‘불타는 청춘’을 통해 대중의 눈도장을 찍은 후에는 다시 한 번 연기자로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인생 3막을 열어젖힌 박영선의 활약은, 지금까지는 만나보지 못했던 그의 다양한 매력과 함께할 예정이다.

“그냥 제가 보여주고 있는 과감한 모습들이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2017년에도 열심히 일해서 CF 찍고, 연기도 도전해볼게요. 원하는 캐릭터는 없어요.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첫발만이라도 떼고 싶어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유지훈 기자 tissue@enteron.co.kr / 디자인=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