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리뷰┃‘목숨 건 연애’] ‘살인 사건’ 스릴러? 로코?…장르가 모호하다

출처 : '목숨건연애' 포스터
출처 : '목숨건연애' 포스터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목숨 건 연애’는 스릴러의 소재를 빌린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다. 로코 침체기인 충무로에 로코로 데뷔작을 들고 온 송민규 감독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무리한 설정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트렸다.

추리소설가 한제인(하지원 분)은 소설을 쓰는 것보다 주변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아 그녀의 이웃 중 그녀에게 신고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별명은 ‘이태원 민폐녀’. 현상수배범의 이름은 줄줄이 외우고 다니는 제인과 달리, 소꿉친구이자 경찰인 설록환(천정명 분)은 범죄보다 제인에게 더 관심이 있다.



어느 날, 제인이 사는 이태원에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제인은 이상형인 제이슨(진백림 분)을 만난다.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멋진 제이슨의 도움을 받아 제인은 연쇄살인마를 본격적으로 추적하기 시작한다. 추리는 하고 싶지만, 겁이 너무 많은 제인 때문에 영화는 코믹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지원과 진백림의 케미스트리는 좋다. 언뜻 보기에는 천정명과의 관계보다도 더 눈길이 갈 정도다. 진백림의 출연은 중국을 겨냥한 ‘억지 캐스팅’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염려와 달리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든다. 하지원이 진백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나, 천정명의 라이벌에 대한 질투는 귀여우며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원이나 천정명의 팬이라면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볼 장면들이다.

출처 : '목숨건연애' 스틸
출처 : '목숨건연애' 스틸

그러나 이런 배우들의 열연과 로맨스에 어울리는 영상미와 달리 극 전반을 끌고 가는 정체성은 모호하다.

극 중 사건은 실제 마이애미에서 37명의 여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 테드번디를 모티프로 했다. 가볍게 만은 다룰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은 너무 평화롭고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일관한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한 번만 봐달라고 애교를 부리는 제인의 모습은 진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생각보다는 탐정을 꿈꾸는 어린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심폐소생술을 뽀뽀로 인식하고 성적인 호기심을 느끼는 장면은 황당하다. 극중에서 언급하는 ‘골든타임’은 의미 없다. 좀도둑과 미스터리한 여인의 러브라인은 ‘독특’한 것을 보여주기 위한 무리한 설정이다.

물론 스릴러가 가미되어도 밝은 분위기는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장르의 혼합이 무조건 엮어낸다고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녹여지는 맛이 없으면, ‘혼합’이 아닌 ‘혼란’을 준다. 배우들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 혼란은 바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목숨 건 연애’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14일 개봉.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