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예능프로그램은 ‘허접하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최근 MBC에서 새롭게 선보인 예능프로그램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첫 방송 이후 이 두 가지 말을 모두 듣고 있다.
지난 4일 첫 방송 이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혹평에 시달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과거 방송인 이경규가 ‘일밤’에서 만든 전설적인 예능 ‘몰래카메라’를 10년 만에 새롭게 꾸민 프로그램이기에 실패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결과였다. 앞서 윤종신은 “몰래카메라는 이경규 선배가 만든, 업적에 가까운 포맷이라 부담스러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이미 차려놓은 밥상에 왜 숟가락 놓는 것조차 하지 못하는 걸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경규가 진행하던 ‘몰래카메라’와의 차별점으로 5명의 MC들로 들었지만, MC들은 어수선함만 가중시켰다. 여기에 타깃까지 두 명이었다. 첫 회 방송에서 두 명의 타깃으로 진행한 촬영분을 교차편집 방식으로 구성해 내보냈고, 시청자들은 어느 한 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집중하려고 하는 순간, 다른 타깃이 몰입을 방해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분장 티가 심하게 나는 배우와 허술한 진행 방식으로 몰래카메라의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게다가 허무한 결말까지.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었다.
다행히 1회의 혹평 덕분인지 지난주 방송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2회는 시청자의 의견을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촬영은 했기 때문에 촬영을 다시 할 수는 없었지만 편집 방법을 달리 한 것이다. 첫 회에서 두 명의 타깃을 교차편집하던 것을 두 개로 완벽히 분리해 박건형의 몰카를 먼저 내보낸 이후 진영의 몰카를 내보냈다. 특히 박건형의 경우엔 효과음을 강하게 부여해 영화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비원에이포(B1A4) 진영의 몰카가 시작되자 여전히 문제점이 드러났다. 편집할 시간이 부족했든가 아니면 편집으로도 바꿀 수 없는 촬영분이 문제였을 것이다. 일단 아이템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멤버들은 평소 침착한 진영이 놀라길 바란다며 ‘귀신’을 소재로 잡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굳이 몰래카메라가 아니어도 한 여름 납량특집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몰래카메라의 생명은 신선함이다. 특정 연예인의 팬은 재미있어할지 모르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상황은 아니다. 안수영 PD는 “관찰 예능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만, 아직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지 못한 듯 보인다. 때문인지 진영의 방송 분량은 20분도 채 되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덕성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게 정확하게 꽂힌 화살은 아니다.
지난 10일 김수로는 자신의 SNS에서 몰카 콘셉트의 한 방송을 비난했다. 김수로는 ”아무리 방송 몰카지만 상황 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 하는 건 너무나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이 아무리 재미를 추구하지만 이런 경우는 너무나 화난다. 많은걸 포기하고 들어온 것이 진짜 화난다”라며 “오늘은 나에게, 내 주위에게 실망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하루였다. 간절히 살았다. 수로야”고 말해 당시 상황에 대한 분노와 함께 힘들었던 자신을 다독이는 글을 올렸다.
김수로의 글에 따르면, 한 방송이 해외에 업무상 나간 김수로를 비행기 티켓과 해외 스케줄을 바꾸게 하고 귀국시킨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귀국을 시킬 만한 급박한 사건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후 몰카라고 밝힌다면 아무리 방송이라도 화가 안 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과연 당한 사람에게 그것은 방송이고, 장난으로 넘기면서 웃어줄 만한 수준의 것일까.
이에 대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관계자는 “김수로가 촬영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 그건 김수로 씨에게 확인해라. 보통 방송 전에 누가 나오는지 확인 안 해주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측도, 김수로 측도 김수로가 언급한 ‘몰카’가 ‘은밀하게 위대하게’인지 확실히 ‘맞다’ ‘아니다’를 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해당 방송을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몰아갈 수는 없다. 실제로 김수로가 언급한 방송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아닐 가능성도 있고, 만약 맞다고 하더라도 방송이 안 될 가능성도 높아서 우리는 끝까지 김수로가 언급한 방송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다만 현재 몰래카메라 콘셉트의 방송은 ‘은밀하게 위대하게’뿐이기 때문에 완전히 혐의를 벗을 수도 없다. 게다가 속임 대상자의 이해를 받지 못한 채 진행한는 것은 몰래카메라 형식이 가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때문에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앞으로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앞서 안수영 PD는 “자극적인 소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불쾌할 수도 있고, 유쾌할 수도 있다. 진지하고자 하면 진지하고, 유쾌해지려면 한 없이 상상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몰카’는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꺼내는 것이 ‘과정’이라면 진짜 ‘목적’은 몰카를 준비한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당한 사람까지 모두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한 사람이 즐겁지 않다면 지켜보는 사람도 즐겁지 않다. 시청자들은 가학증 환자가 아니다. 몰래카메라를 예능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면 내가 당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즐거울 만한 것이어야 한다. 그 적정 수위를 찾는 것은 PD 이하 스태프, MC들의 몫이다. 한편 오는 17일 방송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 3회 타깃은 가수 강타와 솔비다. 3회 째부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전설의 예능이 새로움을 얻어 몰락할지 아니면 혹평을 딛고 제대로 일어설지 귀추가 모아진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