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자동차 보급수가 1만대를 넘어섰다.
선진국에 비해 신차 모델 출시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충전인프라 확대와 친환경차 인식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으론 전기차 구매에 따른 금전 지원은 많지만, 작은 내수시장 탓에 시장다양화가 어렵다는 한계는 넘어서야할 과제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은 지난 2011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작된 후 2013년 제주, 2014년부터 서울·경기 등 전국으로 확대됐다. 2014년 초 출시된 승용 전기차는 쏘울EV·레이EV(기아차), SM3 Z.E.(르노삼성), i3(BMW), 스파크EV(GM), 리프(닛산) 등 6종으로 대부분 기존 내연기관차 기반 개조형 전기차다. 당시만에도 최소 20개가 넘는 전기차 모델을 판매했던 미국과 유럽에 비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신차로 `아이오닉 일렉트릭`(현대차)만 추가됐을 뿐 대다수가 구형 전기차 모델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전기차 지원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4년 환경부 보조금(1500만원)과 지자체 추가 지원금(300만~900만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개인 전용 충전기 구매 설치비 400만원까지 추가로 지원했다. 내년에도 지원 규모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차량 구매 보조금 1400만원과 충전기 보조금 300만원을 지원한다.
이에 업계는 하루빨리 선진국 수준의 전기차 보급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미 2013년부터 전기차 의무판매제(ZEV)를 시장에 도입했고, 유럽도 내연기관차 종량제 등 ZEV와 유사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도 이미 오래 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4대 도시에 내연기관차 구매를 제한했고, 2018년부터는 미국식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키로 최근 확정했다. 물질적 지원 위주의 우리나라 시장 정책과는 크게 상반된다.
그럼에도 내년도 전기차 시장은 소폭 나아질 전망이다. 소비자가 구미를 당길 장거리 주행 등 신규 전기차가 다수 쏟아지기 때문이다.
1회 충전으로 383㎞ 달리는 GM `Bolt`를 비롯해 테슬라 `모델S·X`가 내년 한국 출시를 확정했고, 르노도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내놓는다. 여기에 중국 BYD 등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다수의 전기차 모델이 한국 진출에 시동을 건 상태다.
우리 정부도 각종 새 정책을 내놓는다. 내년 공공기관 대상 친환경차 의무구매비율이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된다. 서울·대구·제주·울산 등 지역 아파트 등 신규 공동주택에는 충전기 설치가 의무화된다. 환경부뿐 아니라 한국전력과 포스코ICT,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 등 민간 사업자도 충전인프라 사업에 가세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신차들이 쏟아져 나오면 전기차 보급과 대중화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지만, 정부의 물질적 지원만으론 시장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 충전기 보급실적 및 계획(자료:환경부)>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