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와 실리콘밸리 간 화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팀 쿡 애플 CEO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팀 쿡 애플 CEO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업계 경영자 12명과 만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당부했다. `테크 서밋` 간담회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아마존의 제프 베저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IBM의 지니 로메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등 CEO들이 참석했다.

모두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 가는 거물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IT 거물이 지난 대선 기간에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민 금지 등 반IT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심지어 트럼프는 애플이 스마트폰 암호 문제로 연방수사국(FBI)과 대립하자 “애플 제품 불매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까지 했다. `적과의 동침`임에도 이날 트럼프는 IT 경영자들에게 “여러분이 잘되게 돕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거침없는 언사로 IT를 홀대해 온 그이지만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그만큼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미국 IT 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 이날도 우버와 아마존은 혁신 서비스를 선보였다. IT를 활용한 신경제의 대명사로 떠오른 우버는 세계 처음으로 자율주행차를 차량 호출(카 셰어링) 서비스에 적용, 샌프란시스코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아마존도 메이저 전자상거래 업체로는 처음으로 드론을 이용, 물건을 배달하는 상업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런 미국이 새로 뽑힌 대통령까지 업계와 협조를 당부하며 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시선을 우리로 돌리면 우리 경제는 곳곳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에 무역 수지도 2년 연속 1조달러를 밑돌았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과 경기 위축으로 기업 설비 투자도 여전히 부진하다. 탄핵 정국에 정신없는 정부와 정치권은 경제 활성화에 전념해야 한다. 규제 프리존 법안 등 경제와 민생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