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결산]자동차 산업, 혼란의 나날.. 그래도 신차와 신기술은 빛났다.

2015년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인 후 2016년에 자동차 업계에는 1년 내내 우울한 소식이 이어졌다. 마이너스 성장, 폭스바겐 인증 취소, 현대차 공장 침수와 파업, 디젤차 미세먼지 논란 등 악재가 계속됐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신차와 기술 발전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장 침체, 악재까지

2015년 하반기 자동차 시장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2016년 대기 수요까지 흡수했다. 그 결과 2016년 1월 업계는 그야말로 `판매 절벽`을 겪어야 했다. 정부는 다시 한 번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그 덕에 시장은 온기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악재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가 끝난 후 또 다른 부양책으로 `노후 경유차 폐차 후 신차 구입 시 개소세 인하`를 발표했지만 5개월 동안 국회에서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고, 시행은 12월에야 됐다.

올해 국산차 내수 시장은 `언더독(약자) 반란`으로 이변이 연출됐다. 전통 강자인 현대·기아차는 11월 누적 기준 전년 대비 판매량이 줄었다. 이에 반해 쉐보레, 르노삼성, 쌍용차는 여느 때보다도 풍성한 시기를 지냈다. 한국지엠은 회사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달이 이어졌으며, 르노삼성은 내수 3위 도전장을 내밀 만큼 SM6가 성공했다. 쌍용차도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 가면서 다시 한 번 성장 발판을 다졌다. 신차가 많지 않은 현대·기아차는 판매량 감소에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수입차 시장 역시 침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2010년 이후 지속된 두 자릿수 연간 성장률이 멈추고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판매량은 22만8000대로 예상했다. 2015년 수입차 판매량은 24만3900대다.

수입차 판매량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에 따른 인증 취소다. 폭스바겐 대부분의 모델이 판매 중단됨으로써 수입차 전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 전반의 부진 여파도 컸다. 지난해까지 국내 수입차 1위 자리를 지켜 온 BMW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벤츠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자동차 법인의 경비 처리 방식이 바뀐 것도 고가 수입차 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개인용으로 사용하면서도 법인 명의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8월 폭스바겐 32종 8만 3000대가 위조서류로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가 정지됐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폭스바겐 위조 인증서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지난 8월 폭스바겐 32종 8만 3000대가 위조서류로 인증이 취소되고 판매가 정지됐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이 폭스바겐 위조 인증서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폭스바겐 사태는 국산 경유 자동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쳤다. 내수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디젤자동차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2015년 신규 등록 승용차 가운데 경유 차량은 68만4384대로, 휘발유 차량 68만1462대보다 많았다. 올해는 수치가 뒤바꼈다. 10월 누적 기준 경유 차량은 50만8281대로, 휘발유차 61만4628대에 못 미쳤다.

파업과 수출 감소로 자동차 생산도 줄었다. 2015년 기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56만대로 세계 5위였지만 올해 10월 누적 기준 303만대로, 세계 6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인도에 밀린 것이다.

◇그 속에서도 신차, 신기술은 빛났다

시장 침체 속에 신차 효과는 더욱 빛났다. 전통 강자들은 모두 신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르노삼성 SM6,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현대차 그랜저IG 등이 기념할 만한 판매량을 기록한 신차들이다.

르노삼성 SM6는 출시 첫 달 만에 쏘나타를 밀어내고 국내 중형 세단 1위 자리에 등극, 올 한 해 르노삼성자동차 성장을 견인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역시 출시와 함께 수입차 시장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출시와 동시에 수입차 1위에 올랐으며, 벤츠가 수입차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도 했다. 현대차 그랜저는 사상 최대 사전계약 실적을 기록했다. 출시도 되기 전에 2만7000여건의 예약이 이뤄졌으며, 출시 1주일 만에 4600여대가 팔렸다.

르노삼성 SM6 카스텔바작 아트카
르노삼성 SM6 카스텔바작 아트카
메르세데스-벤츠 준대형 세단 10세대 E클래스 (제공=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준대형 세단 10세대 E클래스 (제공=벤츠코리아)
현대차 신형 그랜저
현대차 신형 그랜저

신차들은 새로운 디자인뿐만 아니라 괄목할 만한 새로운 기술을 대거 탑재, 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SM6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고급차에나 적용되던 사양을 대거 탑재, 인기를 끌었다. E클래스는 차로유지시스템, 긴급제동시스템을 비롯해 한 단계 진보한 첨단운전자시스템(ADAS)을 탑재했다. 이들 기능은 준자율주행 기능이라고 불릴 만큼 스스로 차량이 조향, 제동, 가속을 조절하면서 운전자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여 주목 받았다. 현대차 그랜저 역시 제네시스에 적용하던 현대스마트센스를 탑재했다.

◇자율주행자동차, 5년 내 현실화

올 한 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자율주행자동차` 이슈로 들썩였다. 구글에 뒤질세라 서둘러 자율주행차 상용화 로드맵을 만들었다. 천문학 규모의 연구비용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이종업계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BMW는 인텔, 모빌아이와 함께 2021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공동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포드도 5년 내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을 밝혔다. 볼보는 우버와 손잡고 자율주행차 및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11월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자율주행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가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테스트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가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주행 자동차를 테스트하는 모습
현대자동차의 한 연구원이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테스트하는 모습 <전자신문 DB>
현대자동차의 한 연구원이 남양연구소에서 자율주행자동차를 테스트하는 모습 <전자신문 DB>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