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때리고 모른 척`… 中 세련된 대응(?)

우리 정부는 2000년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율을 10배 올렸다. 그때 중국은 보복 조치로 국내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했다. 당시 중국이 막은 국내 수출 규모는 5억달러를 넘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마늘은 1000만달러어치에 그쳤다. 결국 관세율 인상 정책은 무력화됐다.

이른바 `마늘 파동`이 일어난 당시와 비교할 때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배치는 더 민감한 사안이다. 국가 안보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보복 수위가 좀 더 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면서 “중국 안보 이익을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사드 보복을 공식화했다. 사드 배치가 강행된다면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과 미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응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당초 강경한 입장과 달리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사드 보복이 의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만 반복되고 있다.

조용한 보복을 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의식, 중국 내 지방정부와 업체에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은 WTO 회원국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밑 압박에도 한국 경제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국내 전체 수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수출이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은 1777억6673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5% 줄었다.

혼란도 가중된다. 중국 정부가 발뺌하는 사이 각종 의심과 의혹은 커지고 있다. 한 수출 기업 관련 단체는 “사드 보복을 당했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말로 사드 때문에 일어난 피해인지 파악이 안 돼 원인 분석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북아경제본부장은 18일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 왔고, 그 일환으로 사드를 반대하는 것”이라면서 “자국 기업과 엮여 있는 제조업에 타격을 주긴 힘들겠지만 한류 열풍 차단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핵과 사드를 같게 본다는 얘기다.

◇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 정부 정책 현황

8월 한국인 대상 비자 발급 요건 강화

9월 한국산 설탕에 대한 긴급 수입 제한 조사

10월 폴리아세탈(화학약품) 반덤핑 조사

11월 폴리실리콘(태양광 재료)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

12월

전기자동차 배터리 인증 기준, 조제분유 규제 강화

화장품 중금속 기준 상승

한류 열풍 차단

온라인 수입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올해 대중국 수출 현황 (단위: 달러)>


올해 대중국 수출 현황 (단위: 달러)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