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인터뷰┃변요한②] 지금의 변요한을 만든 ‘연기 갈증과 고민’

사진=김현우 기자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사진=김현우 기자 / 글 : 이주희 기자 / 디자인 : 정소정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변요한은 독립영화계의 보석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다. 한국 독립영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인 ‘들개’ ‘소셜포비아’ 등이 그가 주연을 맡았던 작품이다. ‘탐정 홍길동’ ‘감시자들’에 잠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그의 첫 상업 영화다.

처음으로 큰 영화의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변요한에게 ‘상업영화’나 ‘주연’ 그것 자체는 많은 의미가 있는 부분은 아니다. 그저 그는 이번에도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주연이라서 특별히 갖는 부담감은 없어요. 부담감이라고 하면 독립영화 찍을 때도 계속 있었고, 상업영화를 찍는 지금도 처음 영화 현장에 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대신 저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정말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어요.”

지금은 ‘미생’의 능청스러운 캐릭터 한석율, ‘육룡이 나르샤’의 카리스마 검사(劍士) 땅새 이방지로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것은 단 두 작품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다. 출연 작품마다 특색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기 때문에 특정 이미지를 갖게 됐지만, 그는 출연한 모든 작품에서 언제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어떤 이미지가 잘 어울리지?’라는 고민을 했었어요. 독립영화를 하면서 많은 캐릭터를 연기 했었는데, 그것이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작품 속) 이미지로 규정되고 싶지 않아요. 작품 찍을 때는 그 인물을 굉장히 사랑하지만, ‘취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지만, 감사하다면 그 인물을 빨리 잃어버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금방 잊히더라도 다음 작품을 위해서는 지금의 달콤함을 빨리 벗겨내야죠.”

사진=김현우 기자
사진=김현우 기자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해 누가 확신이 있겠냐마는, 변요한은 그 누구보다도 불안한 미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올해 그가 ‘헤드윅’이라는 뮤지컬까지 도전하며 활동 영역을 넓힌 이유 역시 “저 자신을 규정짓는 것보다 완벽히 못하더라도 도전을 하고 싶어요. 그래야지 나중에 연기를 못하게 되더라도 후회를 안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연기를 못할까봐’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다. 30대 초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연기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은 이 배우는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공통점은 자신의 메시지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는 것 아닐까요. 저도 제가 ‘잘 살아가고 있나’ 자괴감을 느껴요.(웃음) 다만 예전에는 저를 미워했는데 지금은 저를 사랑해요. 서툴고 부족해도 노력은 하되 미워하지는 말자는 거죠. 독립영화 찍을 때, 조급함이 뭔지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조급했는지 모르겠어요.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의 연속이었죠. 불안정한 시간들이었는데, 촬영을 하다가도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유를 물어보면 예산이 없어서 쉬다가 찍자더라고요. 그럼 연결도 안 맞고. 배우들이 살쪄서 오기도 해요.(웃음) ‘다 못 찍으면 안 되는데’라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마음이 결국엔 작품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과도한 열정이었죠. 그때처럼 지금도 뜨겁지만 그때 고꾸라지고 아파봐서 이제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다만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 그런지 앞으로 연기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윤석 선배처럼 오랫동안 연기를 해 오신 선배님들을 보면 대단해 보여요. 선배님들 말고도 실력은 뛰어난데 아직 대중을 못 만난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들도 나중에 분명히 대중들을 만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무한으로 응원해주고 싶어요. 다만 그 친구들이 나오면 저는 희소성이 없어질 것이고,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거예요.”

변요한은 스크린에서 잘 뛰어노는 배우다. 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변요한의 고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깊었다.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연기할 때만 자신 있는 거예요”라고 웃었다.

“지금 저는 맨땅에 헤딩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이 없어서 돌직구죠. 배우의 길을 걸어가면서 고민을 계속 해야 할 것 같아요. 연기적 갈증과 고민의 연속이죠. 작품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스스로 열심히 했으니까 그게 소수의 관객이더라도 감사할 것 같아요.”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