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결정된 7월 이후 중국에서 이상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 대상 비자 발급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화학제품인 폴리아세탈 반덤핑 조사, 전기자동차 배터리 인증 기준과 조제분유 규제 강화, 화장품 중금속 기준 상향 조정 등도 이어졌다.
이런 중국 내 혐한 기류가 국내 중견·중소기업 대중국 수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연예 부문에서 시작된 한류 견제가 홈쇼핑·유통 등 산업 전 부문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온라인 수출 제재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수출 현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한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할 빌미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한국 제품에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드 보복으로 보이는 사례가 빈발한다.
중국 통관 거부 건수가 전년 대비 급증했다. 올해 1~9월 기준 총 거부가 지난해 연간 건수를 넘어섰다. 소비가 집중되는 연말 거부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 정책 결정에 실력행사를 나선 중국을 비난만 하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압박은 이미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의 약 25%에 달한다. 우리나라 중국 수출은 15개월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내년 5월 사드 실전 배치가 이뤄진다면 압박 수위는 더 세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어떤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 정치 상황은 혼란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최근 상황이 중국 의존을 줄일 기회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까지 등장했다.
대응 전략은 고사하고, 우리정부가 제대로 된 현실 인식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중국, 혹은 다른 대외 관계에서 발생하는 긴장상황이 고스란히 타격으로 전가된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불가능하다. 기업에 타격을 주는 정책 추진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라도 줘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