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2015년을 살아가는 수현(김윤석 분)이 30년 전인 1985년의 자신(변요한 분)을 만나면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미래의 수현은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첫사랑 연아(채수빈 분)을 만나고, 그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현재 김윤석이 50대이니 80년대는 그가 20대 때였을 때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80년대 배경 촬영지는 실제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미래의 수현처럼 김윤석 역시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당시 김윤석은 30년 후 지금의 모습을 상상했을까.
“80년대엔 담배가 450원이었다. 그런 차이들이 극중에 나오는데 찍으면서도 웃겼다. 20대 때 나는 연극밖에 몰랐다. 당시엔 내가 영화배우를 할지 상상도 못했다. 그때는 연극과 영화 차이가 커서 나는 연극배우가 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시엔 다들 데모하고 휴교령을 내리던 시절이었다. 학교를 휴학하고 군대에 가려고 했는데, 어느 날 야외에서 연극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밖에서 소리를 지르는데, 뭐하나 싶으면서도 재밌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연극이라고 하더라. 이후에 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갔는데, 그것이 내 인생에 큰 변화를 줬다.”
이후 김윤석은 1988년에 연극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1994년엔 영화계에 들어와 조ㆍ단역으로 10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만난 것이 ‘타짜’였다. 아귀 역으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준 김윤석은 이후 ‘추격자’ ‘황해’ ‘전우치’ ‘완득이’ ‘도둑들’ ‘화이’ ‘해무’ ‘씨시봉’ ‘극비수사’ ‘검은사제들’까지 한국영화를 관통하는 영화들에 주연을 맡아 근 10년 동안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연기인생 30년, 그리고 많은 대표작들 중 그가 꼽은 최고의 작품은 무엇일까.
“‘타짜’와 ‘추격자’가 내게 변화를 줬던 작품이다. 그런데 가장 잔상이 오래 남은 작품은 ‘완득이’다. 소박하게 찍었는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함께한 감독과 배우들과도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올 한 해 최고의 문제작이었던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홍보하는 자리에서도 앞서 ‘추격자’ ‘황해’에서 함께 했던 김윤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이 개봉하기 전에 먼저 김윤석에게 보여주고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했다. ‘황해’ 팀이 다시 뭉치는 모습을 10년 안에 볼 수 있을까.
“‘곡성’은 후반작업 때 2번 정도 봤다. 나홍진 감독은 훌륭한 사람이다. 워낙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 그냥 고마워서 내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오버한 것이다. 쑥스럽다.(웃음) 우리는 만나면 낄낄대면서 개구쟁이처럼 논다. 뭉칠 생각은 늘 하는데, 하정우가 바쁘다. 그런데 10년이면 내가 나이가, 그때 내가 나홍진 작품을 한다면? 체력이 될까?(웃음)”
김윤석은 차기작으로 ‘남한산성’을 선택했다. 얼마 전 크랭크인했고 내년 3~4월에 촬영이 마무리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이 드디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다. 김윤석은 “다른 배우들과 호흡도 기대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극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