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인 SUV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에 이어 전기차(EV)로도 대거 출시된다. 중소형 해치백과 세단 중심이었던 전기차의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지는 효과다. 실용성이 뛰어난 SUV 전기차의 인기몰이가 예상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인 패러데이퓨처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CES 2017`에서 90% 이상 완성된 양산형 전기차 `FF 프로토타입`을 선보인다.
FF 프로토타입은 길이 5m 이상 대형 SUV로, 테슬라 대형 SUV `모델X` 경쟁 모델이 될 전망이다. 전기 슈퍼카 콘셉트 `FF제로1`과 VPA 플랫폼을 공유하고 LG화학이 공급하는 98㎾급 배터리가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륜과 후륜에 모터가 장착된 4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슈퍼카 수준 주행성능을 갖출 전망이다.
재규어는 최근 LA오토쇼에서 5인승 SUV 전기차 `I-PACE 콘셉트`를 공개했다. I-PACE 콘셉트는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71.4㎏·m 등 힘을 내는 트윈전기모터를 장착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속도까지 4초 만에 도달한다. 90㎾h 배터리를 통해 1회 충전에 500㎞(NEDC 기준) 이상 주행 가능하다. 양산형 모델은 내년 공개되고 2018년 정식 출시된다.
아우디도 오는 2018년 콘셉트카 `e-트론 콰트로`를 베이스로 하는 전기 SUV `Q6`를 출시할 예정이다. Q6는 95㎾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출력 503마력, 최대토크 81.6㎏.m 등 동력성능과 콰트로 4륜구동 시스템 조합은 스포츠카 못지않은 주행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콘셉트카 `제네레이션 EQ`를 바탕으로 SUV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제네레이션 EQ는 최고출력 402마력, 최대토크 71.4kg.m 등 동력성능을 갖췄다. 또 전륜과 후륜에 2개 전기모터를 장착한 4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는 내년 1월 `CES 2017`에서 세계 최초 전기 미니밴 `퍼시피카 EV`를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제조사도 SUV 전기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2018년 주행거리 320㎞에 달하는 SUV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해 동급 최고 연비를 달성할 전망이다. 기아차는 니로를 베이스로 하는 전기차를 내년 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2019년 양산을 목표로 400㎞ 주행이 가능한 `티볼리 주행연장형전기차(EREV)`도 개발 중이다.
전문가들은 SUV가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전기차 대부분은 중소형 세단, 해치백으로 공간 활용성이나 실용성이 부족하다. 반면 SUV는 넓은 실내와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어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도 SUV 점유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SUV 글로벌 판매 비중은 2012년 16.7%에서 2015년 24.7%, 2016년 24.6%로 증가했다. 내수 시장 SUV 점유율도 2009년 21.8%에서 올해 41.2%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SUV는 무겁고 큰 차체 때문에 주행거리에 한계가 있었지만 배터리 기술이 발달해 SUV 전기차 개발이 가능해졌다”며 “SUV 전기차는 실용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내연기관 시장에서처럼 소형 전기차를 대체하게 될 것이고 디젤 SUV도 시장에서 점차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