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부품 산업은 올 한 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서고,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가 예상치 못한 부진을 겪으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부품 업계에 전이됐다. 특히 상반기 LG전자 G5 실패와 하반기의 삼성전자 갤노트7 단종이 뼈아팠다.
LG전자가 상반기에 내놓은 G5는 액세서리를 탈·부착할 수 있는 모듈형 디자인으로, 출시 초기에 높은 관심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모듈형 디자인이 생산과 품질 등에 차질을 일으킴으로써 G5는 결국 실패작이 됐다. LG전자는 이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G5 부품 공급 기업도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한 G5 메탈케이스 공급 업체는 수율 문제로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삼성전자의 갤노트7 단종은 충격이 더 컸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노트7에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홍채인식카메라, 디지타이저 등 새로운 부품들이 적용됐다. 신기술 채택으로 관련 부품 업계의 특수가 기대됐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배터리 발화 사고가 이어지면서 악재를 떠안아야 했다. 한 예로 홍채인식카메라는 카메라 모듈 업계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공급이 중단되면서 오히려 연구개발(R&D)비나 설비 투자비가 경영 부담으로 작용했다. 또 생산을 위해 준비하던 재고 문제까지 겹치면서 경영을 압박했다.
삼성전자는 재고 등 협력사 피해 전액을 보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갤노트7 단종에 따라 매출 감소 등 경영에 부담을 겪는 협력사를 위해 다른 스마트폰 물량 배정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품업체는 신규 사업 기회를 상실하면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협력사인 삼성전기는 갤노트7 단종 영향으로 4분기에 적자 전환이 예상될 정도다.
국내 전자부품 업계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스마트폰이 성장 동력이었다. 이제는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스마트폰 탈피가 당면 과제라는 점이 확인됐다.
새해엔 전자부품 업계의 변신이 예상된다. 사업다각화가 가시화되고, 일부 기업은 수확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패키징 사업을 시작한다. 인쇄회로기판(PCB) 없이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삼성전기는 인프라 준비에 이어 최근 태스크포스(TF)로 운영해 온 관련 팀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차량부품 사업이 주목된다. LG이노텍의 차량부품 사업은 2015년 6496억원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올해 역시 성장이 예상된다. 제품군이 모터, 센서, 카메라모듈, 무선통신모듈, 무선충전모듈, 터치패널, 발광다이오드(LED) 등과 전기자동차 부품인 BMS 및 DC-DC컨버터 등 20여종으로 다양하다. 제너럴모터스(GM), 셰플러 등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뢰를 쌓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은 내년에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신형 전략 스마트폰이 새해 1분기를 전후해 출시될 예정이고,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함으로써 한국산 부품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