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미국에서 전자정부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우리나라도 지난 20년 동안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세계 194개국을 대상으로 하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010년부터 3회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위업을 이뤘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과거 정부와의 단절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이 참여정부의 전자정부였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전자정부라는 용어 사용도 금기시됐고, 국가정보화 용어로 대체됐다.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추진돼 오던 정보화 사업 고도화 예산을 20~30% 일률 삭감하도록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자원 및 시스템 연계와 통합이 강조됐으며, 이렇게 삭감된 정보화 부문 예산은 4대강 사업에 배정됐다.
2013년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정부3.0에 치중하고 있다. 그 결과 2013년도 전자정부 지원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54% 수준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3.0 정책을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한 정보 공개, 정부 운영 방식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각각 바꾸는 새로운 국정 운영 패러다임이라고 홍보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청와대가 좋아하는 용어인 `사상누각`에 불과할 뿐이다. 왜냐하면 정부3.0은 개방, 공유, 협업 개념만 강조할 뿐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는 `행정의 생산성, 투명성, 민주성을 높여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법에 조문화돼 있다. 이에 비해 정부3.0은 데이터 개방과 정보 공유 및 협업을 강조하는 하위 개념으로, 법제화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정부3.0을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추진해 본 적 없는 최고 정책이라는 미명 아래 전자정부 세 배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전자정부 대신 국가정보화, 박근혜 정부는 정부3.0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의 정부 경쟁력을 퇴보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정부혁신 전자정부를 단순히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사업으로 격하시켰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는 전자정부가 정부3.0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다가 이제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정부3.0 업적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비정상의 ICT 정책으로 말미암아 전자정부 분야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 됐고, 정부 경쟁력은 지속 하락했다. 이에 따라서 이제 다음 정부에서는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은 전자정부를 통해 IT를 활용한 행정 혁신으로 정부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함을 뜻한다.
전자정부 정책 추진은 이제 더 이상 진보나 보수 어느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차기 정부는 집권 초반에 정보화 전반을 포함, 전자정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국가 의제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자정부 비전에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행정 혁신으로 신뢰받는 정부 구현”을 정책 기본 방향으로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전자정부를 통해 공공 부문의 부패를 척결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정충식 경성대 행정학전공 교수 cschung@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