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결산]<에너지>요금과 시장 재편, 폭풍의 한 해 보낸 `전력산업`

[2016 결산]<에너지>요금과 시장 재편, 폭풍의 한 해 보낸 `전력산업`

`신기후체제 출범` `전기요금 개편` `에너지 공기업 상장` 등 올해 에너지 분야는 굵직한 이슈의 연속이었다. 세계 자원의 저가 기조와 넘쳐나는 전력에 수급은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 제도 및 구조는 격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씩이지만 에너지 산업 전반에서 사회 목소리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공공 영역으로만 여겨져 온 에너지에 민간의 참여 여지도 만들어지고 있다. 올해는 에너지 민주주의가 시작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12년 만에 개편된 전기요금 누진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은 올해 국내 에너지 산업을 되돌아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수차례 시도됐지만 매번 무산되다가 12년 만에야 성사된 만큼 누진제 개편은 전력 산업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개편으로 2004년 이후 꾸준히 유지돼 온 6단계 최고 11.7배의 누진제는 3단계 3배수로 크게 완화됐다. 전체로는 요금이 오르는 구간 없이 고르게 요금이 인하돼 연평균 11.6%, 여름과 겨울에는 14.9%의 요금 절감이 예상된다. 그동안 냉·난방기 사용으로 600㎾h를 넘기면서 20만~30만원 수준의 전기요금을 내던 가정은 10만원대의 전기요금을 부과 받게 된다.

누진제 개편은 요금제도 체계를 바꿨다는 점에서 단순히 요금을 올리고 내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동안 누진제 개편에 난색을 표해 온 정부는 사회단체·학계 등과 논의, 주택용 요금이 현 전기 사용 패턴을 담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제도를 수정했다. 새로운 누진제 체계가 200㎾h 이하를 필수 사용 구간, 200~400㎾h를 평균 사용 구간으로 각각 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개편 과정에서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제와 같은 또 다른 요금제의 가능성과 함께 소비자 선택권이 언급된 것은 의미가 깊다. 정부는 전기요금을 세금처럼 운용해 왔지만 시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요금으로 대하고 있는 셈이다.

누진제 개편은 전기요금 개편의 시작을 알렸다. 정부는 이후 작업으로 전체 전기요금 적정성과 전기구입비 연동제 등 중장기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계절별·시간대별 요금은 2020년에 전국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발전사의 숙원 `용량요금` 인상

전력 소매 시장에서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컸다면 도매 시장은 용량요금 인상을 두고 시끄러웠다. 용량요금은 사업자의 발전수 투자비 회수 보전을 위해 지급하는 발전설비지원금이다. 2004년 이후 줄곧 ㎾h당 7.6원을 유지해 오다가 올해 1월이 되어서야 평균 2원 인상됐다.

그동안 용량요금은 전력 도매 시장의 가격 왜곡 대표 문제였다. 발전소 건설에 조 단위의 투자가 들어가지만 10년 넘게 상승한 자재비와 인건비 등이 반영되지 않으면서 사업자 수익 부담의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2014년 이후 신규 발전소가 대거 발전을 시작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도매가격 하락이 계속되자 용량요금 인상의 목소리를 더 키웠다.

인상 방침 자체는 지난해 12월 발표됐다. 당시 정부는 분산 전원 계획을 밝히면서 분산 전원 확대의 일환으로 기본용량요금 인상 방침을 밝혔다. 시행 예정일은 올해 7월이었다. 그러나 관련 작업이 늦어지고 소매 시장에서 누진제 이슈가 터지면서 계획보다 조금 늦어진 10월에 시행됐다.

용량요금 인상이라는 숙원은 풀었다. 그러나 아직 민간발전 업계의 수익난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10년 넘게 동결돼 있다 보니 평균 2원 인상만으로는 그동안의 인상분을 메우는데 한계가 있고, 도매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전반의 저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발전 업계는 발전소가 수용가와 가깝거나 친환경 연료 사용의 경우 별도의 가산점을 요구하고 있다. 용량요금 인상을 계기로 그동안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각종 비용에 대한 실질 정산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상장…시장 재편 급물살

전력 시장에서 누진제 개편, 용량요금 인상 등 가격 문제가 많게 된 것은 그동안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시장에 민간과 사회 입김이 점점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에너지 시장 전반에 민간 참여를 늘리려 하는 정부 방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에너지 시장은 점점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해외에서 석유와 가스 등을 수입했기 때문에 에너지 수급 안정화가 주목적이었다면 지금은 석유화학, 자원 트레이드, 전력 수요 관리, 신재생에너지 등 점차 영역이 넓어지고 서비스 측면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수출산업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기업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더욱 다양해진 시장 요구의 대응 차원에서 민간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기업 위주 시장이 점차 민간 중심으로의 변화가 시작됐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에너지 공공기관 기능 조정의 일환으로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 재편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발전공기업 5개사를 우선으로 2019년까지 상장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는 2020년까지 상장할 예정이다. 당장 내년에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 상장을 추진한다. 양사의 상장 여부에 따라 에너지 산업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구조로 변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와 지원 부문에서도 민간 기업을 위한 것이 하나 둘 늘고 있다. 대표로 들면 전력과 가스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전력은 처음으로 발전과 판매 겸업이 제한 허용된다. 아직은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프로슈머 업종 정도이지만 그동안 발전·판매 겸업이 전력 시장에서 금기에 해당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기업형 프로슈머가 일반 기업과 공장 등을 대상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신재생 전력을 직접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스 시장은 2025년부터 발전용부터 도매 경쟁이 허용된다. 직수입 사업자들의 가스공사 배관 이용 비용이 줄고, 가산금과 페널티도 간소화된다. 추후에는 직수입자 간 거래도 허용될 예정이다. 자원 분야는 민간 기업 활동 지원을 위해 지난해 사라진 성공불융자 대신 내년부터 특별융자가 지원된다. 총 1000억원 규모로 민간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투자 부담을 줄이게 된다. 기존의 자원 개발 공기업들은 민간 기업 활동 뒷받침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1일 “올해는 누진제와 미세먼지 대책 등 에너지 분야의 해묵은 숙제와 국민 현안 등 해결에 집중해 왔다”면서 “육성에 공을 들인 에너지 신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과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2016 결산]<에너지>요금과 시장 재편, 폭풍의 한 해 보낸 `전력산업`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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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산업통상자원부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