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을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으로 사용한다...김상식 고대 교수팀, 유연 열전모듈 세계 첫 개발

체온을 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실처럼 가늘고 구부리기 쉬운 실리콘 나노선을 활용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상용화 시대가 크게 앞당겨질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이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를 분리 제어할 수 있는 실리콘 나노선을 제작, 열전 변환 성능이 14.2㎽/(m·K2)인 고성능 유연 열전 모듈을 구현했다고 21일 밝혔다.

열전 모듈은 반도체에 열을 가하면 내부 전하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 원리를 이용, 열을 전기로 바꾸는 소자다. 폐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체온을 이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 피부 부착형 메디컬 센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실리콘 나노선을 이용한 유연 열전 모듈.
실리콘 나노선을 이용한 유연 열전 모듈.

연구팀은 전기전도도가 뛰어나면서 안전한 실리콘 소재를 활용했다. 대체로 높은 열전도도 문제는 특수 공정으로 해결했다. 약 70㎚ 두께로 가는 나노선을 형성하고 여기에 특수 표면 처리를 더했다. 가공 전의 실리콘보다 열전도도를 5분의 1 이하로 낮춰 열전 변환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었다.

실리콘 나노선 유연 모듈 성능은 유기물 기반의 소자보다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구성도 뛰어나 소자를 3000번 이상 반복해서 구부려도 일정한 출력 전압을 유지했다.

대면적 양산도 가능하다. 실리콘 나노선은 일반 전자 소자 제작에 쓰이는 CMOS 공정으로 만들 수 있다. 나노선을 유연 기판 위에 옮기는 방법으로 손쉽게 소자를 만들 수 있다.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김상식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충천할 필요가 없는 유연 열전 소자 개발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식 교수는 “그동안 열전 소자 구현이 어렵다고 여겨진 실리콘으로 고성능 열전 모듈을 만들었다”면서 “앞으로 사람의 체온 등을 이용하는 저전력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 피부 부착형 메디컬 센서 개발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