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경쟁력이 세계 54개국 중 24위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기술 가치평가가 낮고 사업화 연결고리가 약한 게 경쟁력 하락 요소로 지목됐다.
22일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사이언티픽 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기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경쟁력지수는 조사 대상 54개국 중 24위를 기록했다. 기업 지원과 인프라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바이오 벤처캐피털, 연구개발(R&D) 등 생태계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바이오 국가경쟁력지수`는 △생산성 △지식재산 보호 △바이오 집중도 △교육 및 인력 △기반 인프라 △정책 및 안전성 등 7개 부문 27개 지표로 점수를 매긴다. 각 지표별 0~10점을 부여하고 총점을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세계 54개국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매년 순위가 떨어진다. 2009년 첫 평가에서 15위를 기록했지만 2010년 19위, 2012년 22위, 2015년 23위에 올랐다. 올해도 작년보다 한 단계 하락한 24위다.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분야로는 지식·기술 집중 산업 부가가치(0.5점), 바이오기업 R&D 투자(0.5점), 바이오 벤처캐피털(0.1점), 우수 인재 유입(0.8점)이 꼽혔다. 전반적인 기술 사업화, 투자, 벤처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인구 100만명당 생명과학 박사 수(3.7점), 우수인재 유출(5.4점) 등 전문 인력 양성도 부족하다.
반면 특허강도(7.5점), 사업환경 친화도(8.9점), 자본 이용도(8.1점), 제도 구축 정도(8.3점) 등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민간 연구개발 투자(9.3점),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9.5점)은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는 분석이다.
바이오기업 R&D 투자가 가장 취약한 분야로 나온 반면 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만점에 가깝게 나온 것은 바이오산업 투자가 정부 혹은 대기업 투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결과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이 가진 취약점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은다. 논문·특허 등 지식재산권(IP)은 넘치지만,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대표적이다. 실제 바이오 통계 브리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바이오 분야 SCIE 논문 발표는 총 9697건으로 세계 11위다. 미국 등록특허 건수는 260건으로 세계 8위에 올랐다. 국가 R&D 과제 90% 이상이 평가 기준으로 논문, 특허출원을 지정한 영향이 크다. 지식재산권 수는 늘지만 사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보건복지부 R&D 투자 대비 기술료 수치는 1.0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부처평균(1.32%)보다 낮으며 미국(4.06%)과 비교해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바이오 분야에 매년 2조원이 넘는 R&D 예산을 투입하지만 기술이전 등으로 인한 수입은 바닥인 셈이다.
김무웅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팀장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과학기술 논문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부족하다”며 “연결고리가 부실해지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산업성장을 저해할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연구개발 평가시스템을 재편해 사업화 과정 혹은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 바이오에 대한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바이오시밀러나 유전자재조합식품(GMO) 등 바이오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 식품에 대한 저평가가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바이오 기술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상품화되는 데 결과물에 대한 가치평가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