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접속료 차등 폐지, 통신시장 변화 반영

접속료는 선·후발 통신사업자 간 경쟁력 격차를 보정하는 정책 수단이다. 정부가 접속료 차등을 없앤 것은 접속료를 통한 비대칭 규제가 통신사 간 유효 경쟁에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매년 차등 폭이 좁아져서 차등의 의미가 없다는 판단도 반영됐다. 실제로 접속료 차등은 지난 몇 년 동안 상징의 의미로만 남아 있었다는 게 대다수 평가다. 통신사는 비대칭 규제가 하나 사라지면서 다른 규제의 완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슈분석]접속료 차등 폐지, 통신시장 변화 반영

◇접속료 인하·차등 폐지가 핵심

2016~2017년 음성 상호접속료 산정의 핵심은 접속료 인하, 이동전화 차등 폐지, 유선(시내)전화와 인터넷전화 간 단일접속료 시행 등 세 가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7년 `동일 서비스 동일 접속료` 적용을 원칙으로, 이동전화 접속료를 14.56원으로 단일화했다. 유선전화와 인터넷전화 접속료는 10.86원으로 동일한 요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미래부는 기술 발달에 따른 원가 절감, 통화량 증감 등을 반영해 2016년 유·무선 접속료를 인하했다. 이동전화는 2015년 분당 19.53원(SK텔레콤 기준)에서 2016년 17.03원으로 인하했다. 13~14% 낮아졌다.

유선전화는 2015년 분당 13.44원에서 2016년 11.98원으로 내렸다. 인하율은 11%다. 유·무선 간 접속료 격차는 2015년 분당 6.09원에서 2016년 분당 5.05원으로 축소, 유선사업자 부담을 완화시켰다.

접속료는 발신 사업자가 착신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통신망 이용 대가다.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접속료 인하가 요금 인하에 간접 영향을 미친다는 게 미래부의 판단이다. 음성을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등장으로 과거보다는 영향력이 약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요금 경쟁 촉진 역할을 담당한다.

이동전화 차등은 2016년 0.14원(SK텔레콤-LG유플러스 기준)으로 대폭 축소하고 2017년부터 폐지한다. 2002년에 도입돼 한때 58.55원(격차 84%)까지 벌어진 이동전화 접속료 차등이 사라지게 됐다.

유선전화 시장에서도 2017년부터 시내전화(PSTN)와 인터넷전화(VoIP) 간 차등을 없애고 단일접속료를 시행한다. 미래부는 인터넷 전화가 동일 시장 내에 있으면서 시내전화에 지불하는 접속료가 받는 접속료보다 높아 동등 경쟁 유도를 위해 단일 접속료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접쇽료 변화 추이
접쇽료 변화 추이

◇올-IP 환경, 접속료 차등 없앴다

미래부는 유·무선 시장의 비대칭 규제 폐지 이유로 경쟁 구도 재편, 시장 상황 변화를 들었다. 우선 이동전화 시장에서 후발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증가했다.

2011년 15%에 불과하던 LG유플러스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5년 21.8%로 늘어났다. 2위 KT(26.9%)와 5.1%포인트(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접속료 차등이 없어도 유효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경쟁 상황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차등 격차가 매년 좁혀져서 사실상 경쟁 정책 수단으로 의미가 축소된 것도 차등 폐지 배경의 하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간 접속료 차이는 2012년 1.1원, 2013년 0.78원, 2014년 0.56원, 2015년 0.43원으로 계속 좁혀졌다. 정부는 2010년 이후부터 이미 접속료 차등 폐지를 검토해 왔다.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환경과 기술 고효율 망으로의 진화에 따라 규모의 경제 효과가 완화된 점`도 차등을 없앤 이유로 들었다. 유선전화 시장은 인터넷을 활용하는 올-IP 환경으로 진화한다. 지난해부터 음성 LTE(VoLTE) 3사의 연동이 시작되면서 이동통신 시장 역시 IP망 확산이 빨라진다.

올-IP 환경에서는 원가 차이가 거의 없다. 사업자 규모가 크든 작든 원가가 같으면 접속료에 차등을 풀 필요가 없다. 미래부가 밝힌 규모의 경제 효과 완화다.

통신사 관계자는 “IP 환경으로 진화하면서 원가 차이나 부담이 거의 사라졌다”면서 “통신사 간 협의를 통해 차등을 폐지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또 다른 비대칭규제중 하나인 `이동전화 단국접속의무` 는 유지하기로 했다.
미래부는 또 다른 비대칭규제중 하나인 `이동전화 단국접속의무` 는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 지배력과 비대칭 규제는 별개

접속료 차등 폐지는 LG유플러스, KT에 손해다. SK텔레콤보다 높은 요율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정책 지원이 사라진다. 이미 접속료 차등 폭이 좁혀질 대로 좁혀진 상태여서 매출에 큰 타격은 없다는 게 두 통신사의 반응이다.

이보다는 접속료 차등 폐지로 다른 비대칭 규제에 미칠 영향이 통신사의 관심사다. 정부가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했는지, 비대칭 규제 폐지를 지속해 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 남은 비대칭 규제는 알뜰폰 사업자의 도매 제공, 요금인가제, 단국 접속 등이다.

송재성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시장 지배력과 비대칭 규제는 떼어 놓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여전히 시장 지배력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의미가 없는 일부 비대칭 규제는 폐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비대칭 규제인 단국 접속 의무 제도를 유지하기로 한 것에 미래부의 의중이 담겨 있다. 단국 접속은 상호 접속 제공 사업자가 이용 사업자에게 기술상 접속을 허용할 수 있는 설비 가운데 수신자에게 가장 가까운 설비를 개방하는 것이다.

이용 사업자는 망의 경제성과 효율성 최대 이용 선택권을 가진다. 무선에선 SK텔레콤, 유선에선 KT가 대상이다. 미래부는 지배 사업자의 거래 지위(접속 제공) 남용 방지를 위해 단국 접속 제도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즉 상황에 맞는 규제 정책을 펼치겠다는 게 미래부의 방침이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