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대종상은 과연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까.
개최를 ‘한다’ ‘안 한다’, 배우들이 참석을 ‘한다’ ‘안 한다’, 말이 많았던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오늘(27일) 개최한다.
반세기를 함께 하고, 한 때는 영화인의 동경의 대상이었던 대종상이다. 하지만 지난 16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제53회 대종상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은 고작 29편이다. ‘부산행’ ‘아가씨’ ‘동주’ 등 쟁쟁한 작품들의 감독들이 상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품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 어떤 시상식이라고 하더라도 선택의 폭이 넓지 않게 됐다. 그래서 ‘출품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모습은 지난해의 모습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대리수상은 없다’고 주장해 많은 배우들이 보이콧을 했고, 이후 개최한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는 ‘국제시장’이 10관왕을 차지했다. 국제시장’이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훌륭한 작품이 한 해 동안 ‘국제시장’밖에 없었을까. 한 작품에 몰아준 듯한 이 사태는 누가 봐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배우들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남녀주연상 후보인 송강호, 최민식, 곽도원, 하정우, 배두나, 심은경, 남녀조연상 후보 이경영, 윤제문, 천우희 등이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종상 측의 미숙함이 한몫 했다. 지난 16일 본선 진출자(작)을 결정한 이후 그때서야 배우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으나, 시상식이 10일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출품자(작)이 늦게 정해졌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10일이란 여유 있는 시간이 절대 아니다. 현재 불참 소식을 전한 많은 배우들이 ‘몇 달 전부터 정해진 스케줄’ 때문이라고 이유를 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다못해 여배우들이 드레스를 고르고 준비하는데도 촉박한 시간이다.
심지어 지난해 남ㆍ여우주연상을 시상함으로서 자동적으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황정민과 전지현에게도 연락을 뒤늦게 했고, 두 사람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홍보대사마저 참석을 하지 않는 상황이니 다른 배우들도 말할 것이 없다.
남우주연상 후보인 이병헌이 개최 하루 전날 참석하기로 결정했고, 여우주연상 후보 손예진, 여우조연상 후보 한지민, 이엘, 신인상 김환희 등 수상이 점쳐지는 배우들이 현재 “조율중”이기는 하다. 지난해에도 배우들은 마지막 날까지 눈치 보기 작전을 펼치다가 결국 신인상 후보 배우들이 예의상 참석을 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이다.
앞서 대종상은 여러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밝히며 변화의 뜻을 밝혔다. 대종상은 “2016년은 대종상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정말 부끄러운 한해였습니다. 대종상이 여러 불미스러운 일과 연관되어 많은 질타를 받고 있고 깊은 실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잘못이 본 연합회에 있다는 것을 통감한다”라고 반성했고, “새로운 집행부는 모든 분에게 속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발전적인 영화제를 위해 최대한의 공정성으로 예심과 본선 심사에 임했다”, “이 모든 과정이 대종상영화제가 깨끗하게 태어나기 위한 진통이라 생각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절절하게 말했다.
이후 지난 23일 대종상은 “제53회 대종상영화제를 위해 영화인들이 뭉쳤다. 제52회 시상식에 전원 불참했던 주요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제53회 대종상이 영화인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에 영화인으로서의 동료의식과 함께 실추되는 대종상의 명예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심정으로 대종상 참가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고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대종상을 논란에 쌓이게 만든 사람들은 싫지만 대종상 자체에 대한 애정이 없는 영화인들은 없기에 새롭게 대종상 진행을 맡은 집행부의 거듭되는 진솔한 사과에 점차 마음을 열고 있는 것이다”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의견을 전했다.
이들 말에 따르면 대종상 측의 진심어린 호소 덕분에 영화인들이 대종상 살리기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배우들은 불참 의사를 철회하지 않았다. 양 측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을 맞이하며 더 논란을 지폈다.
어떤 근거로 대종상은 배우들이 참석한다고 하는 걸까. 대종상은 엔터온뉴스에 “배우들이 ‘불참하겠다’고 확정을 내려 말하지 않았다. 섭외는 작가님들이 정리하시는 중이라 혼선이 있기도 하지만, 해결이 되어서 잘 하고 있는 과정이다. 작년 일도 있어서 현재 조심스러운 상황인데, 모두 다 ‘불참’한다는 기사가 나서 더 눈치 보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고 염려했다.
배우들 참석 여부 문제뿐만 아니라 대종상은 내분으로도 시끄럽다. 제 53회 대종상영화제는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최하고,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회와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데,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올해 개최를 주장했고, 김 조직위원장은 내년으로 연기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김 조직위원장이 대종상 영화제 준비에 대한 방해금지가처분 소송을 걸었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총연합회가 조직위원장의 진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이에 대해 대종상은 “작년에 함께 시상식을 진행했던 분들이 빠지시고 영화인협회만 준비를 하고 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님은 참여 안 하는 것 맞다. 당시 뜻을 같이 했던 분들은 모두 빠지고, 영화인총연합회 인원들이 집행위원회와 조직위원회 모두 주관한다”며 지난해 ‘대리 수상은 안 된다’고 주장했던 조근우 사업본부장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올해 대종상은 대종상 역사 중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지난해는 배우들의 보이콧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이번 해마저 보이콧이 이어진다면 대종상은 다시 돌이키기 어려운 길을 가게 될 것이다. 다만 이번 해에 배우들이 부재하더라도 공정하고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인다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해, 또는 그 다음해쯤에는 영화제로서 기능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잡음이 많은 상태이기에, 적어도 그들이 주장했던 대로 시상만큼은 공정하고 투명하길 기대해 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주희 기자 leejh@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