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림식품 산업 경쟁력이 세계 하위권을 맴돈다. 미래 식량자원 확보, 질병치료 핵심영역으로 꼽히지만 산업주체는 영세하고, 정부 정책은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다. 미래 환경에 대비한 농림식품 산업 전략이 요구된다.
27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IPET) `2040 농림식품 미래기술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농림식품 산업 최고 기술 보유비율은 4.1%에 그쳤다. 미국이 58.1%로 관련 분야에서 가장 많은 핵심기술을 보유했다. 이어 일본이 19.7%, 유럽연합(EU)이 4.7%로 뒤를 이었다.
농림식품 산업은 과거 식량 생산, 가공 등 단순히 먹거리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우리 생활 전반은 물론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환경변화로 식량 확보가 불안정해지면서 식물 유전자 분석 등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안정적으로 식량자원을 확보할 열쇠로 부상한다. 식물을 활용한 천연물 신약은 국민 건강은 물론 부가가치를 확대할 기대주다. 커지는 동물시장을 겨냥한 수의 산업, 환경오염을 막는 미생물 배양 산업 등도 농림식품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속한다.
변화된 산업지형에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핵심기술은 4% 수준이다. 절대적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은 물론 일본, 유럽에 뒤처졌다.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에도 뒤처질 위기다. 식품융합, 질병치료, 환경·에너지 등 신(新) 농림식품 산업 기술 실현역량도 `후발그룹`에 속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후발그룹은 선진기술 도입적용이 가능하며, 모방개량은 어려운 상태다.
선진국이 보유한 최고기술을 우리나라가 쫓아가는 데 평균 1.9년, 산업 전반에 보급되는 시기는 평균 2.3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 산업 미래 트렌드를 파악, 핵심기술을 보유할 연구개발(R&D)전략이 요구된다. 농업의 6차 산업화, 스마트팜 등 기존에 주력했던 농림식품 첨단화 전략은 개념적 접근에 머물거나 보급·확산에 심각한 한계가 있다. `보여 주기식` 육성방안이 아니라 영세한 산업을 고도화하고, 타 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질병치료 영역이다.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항암제나 신경·정신계 질환 치료제 등이 개발된다. 최근 식물세포를 이용한 인공장기 개발까지 연구되면서 농림식품 산업에서도 가장 유망한 영역으로 주목받는다. 신약, 신물질 개발은 R&D는 물론 인허가, 사업화 등 단계별로 필요한 비용이 엄청나다. 산업 주체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신약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건강기능식품에 머무른다. 정부 혹은 대기업 투자가 필요하다.
식품 가공·유통 영역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육종 기술과 식품 생산 자동화 등은 환경변화, 고령화 등을 대비한 미래가치가 높다. 이 역시 대형 자본 유치가 어려워 영세한 상태다.
강성택 단국대 식량생명공학과 교수는 “질병치료와 식품영역은 미래 농림식품 산업을 이끌 최고 유망영역”이라며 “두 영역 모두 기초 인프라 구축부터 R&D, 상업화 등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지만, 대기업 자본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산업 발전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미래 농림식품 산업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선별하고, 영세 산업지형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IPET 관계자는 “미래 농림식품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등 자본력을 가진 주체 투자가 절실하지만 사회적 인식 등으로 쉽지 않다”며 “농림부가 마련 중인 농생명 소재산업 육성 전략 등으로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서는 한편,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