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밀실·졸속` 거버넌스 우려…폭넓은 의견수렴 거쳐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2/article_02150724714626.jpg)
새 정부 청사진의 기초가 될 거버넌스 수립을 놓고 역대 정권이 반복한 `밀실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기 대선으로 벌어질 수 있는 `졸속 처리`에 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정권은 대선 후 신정부 출범까지 2~3개월 간 정부 조직도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업무로 꼽힌다. 대통령 당선자가 미리 제시한 정책 테마를 뒷받침하는 조직도를 완성해야 한다. 이후 적재적소에 인사를 배치하는 각료 인선을 준비한다.
역대 인수위와 당선자 캠프 진영은 정부 거버넌스 작업을 `전가의 보도` 인양 휘둘렀다. 새 정부 정책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분 아래 중앙부처 조직과 기능을 이리저리 떼어내고 붙였다.
개편 논의는 일선 공무원 동요와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됐다.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자신이 몸담는 조직의 명운이 엇갈리게 된 공무원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인수위에 줄을 댔다. 이해관계가 있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규제 관련 부처 개편 정보를 알기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요구와 의견이 오가지만 모두 밀실에서 이뤄졌다. 밀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당선자 측근은 상대적으로 많은 의견을 반영했다. 그렇지 못한 쪽은 메아리 없는 혼잣말식 목소리를 내는 데 그쳤다.
결국 정권마다 최상의 해결책이라며 새로운 거버넌스를 내놓았지만 논의 과정에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수학으로 치면 답은 나왔는데 어떤 수식이 사용됐는지 모르는 형국이다.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밀실 협의로 인한 폐해는 이번 정부에서도 드러났다. 최순실씨 등 이른 바 `비선실세`로 인한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현 정부 핵심 테마인 `창조경제`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불똥이 튀었다.
박 대통령 탄핵 확정과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성사되면 밀실에 졸속, 부실 처리 우려까지 더해질 전망이다. 조기 대선을 하면 당선자가 별도 준비기간 없이 사실상 곧바로 신임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거버넌스 문제를 공론화해 각계 의견을 수렴할 시간이 없다. 당선자 캠프 정책팀이 그려놓은 거버넌스가 그대로 새로운 부처 조직도가 된다. 반대로 아무런 변화도 꾀하지 못하고 1~2년 시간이 흘러갈 공산도 있다.
![[신년기획]`밀실·졸속` 거버넌스 우려…폭넓은 의견수렴 거쳐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7/01/02/article_02150734082102.jpg)
밀실, 졸속 어느 쪽으로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면 새 정부 거버넌스 작업을 서둘러 공론화해 투명하고 폭넓은 논의를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
대선 전에는 각 후보자가 구체적인 거버넌스 구상안을 밝히고, 검증 받아야 한다. 당선 후에는 기본 기획안을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추가 수렴해 다듬어야 한다. 대선 승리가 당선자 공약과 구상이 100% 정답이라고 인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부족하고 미흡한 부분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채워야 한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외부 의견을 수용해 과감히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거버넌스 수립 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폭넓은 논의가 중요하다. 과거 폐쇄적,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발전적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다. 개방적, 양방향 방식으로 전환이 요구된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지금이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미래를 위해 준비하면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