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전설로만 남을 것 같던 이름들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젝스키스, S.E.S. 등뿐만이 아니다.
최근 엄정화는 정규 10집 앨범 ‘구운몽(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들고 기지개를 폈다. 이번 컴백은 2008년 ‘디스코(D.I.S.C.O)’ 이후 약 8년 만이며, 총 4곡이 선공개됐다.
SBS ‘가요대전’의 첫 컴백 무대가 끝나자 각종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는 엄정화의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여전한 카리스마를 뽐낸 엄정화의 무대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과거부터 파격적인 콘셉트와 비주얼을 시도해왔던 엄정화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사실 음원차트 성적은 화제성에 비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10대부터 20대 초반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음원차트에서 비(非) 아이돌이 성과를 내기에는 좋은 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정화의 컴백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엄정화는 내년이면 데뷔 26년차에 접어든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아이돌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연차다. 그렇지만 무대 위 엄정화는 여전히 혹독한 자기관리와 연습으로 다져진 모습이다. 엄정화이기에, 25년차 가수이기에 내뿜을 수 있는 포스는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내공의 산물이다.
‘구운몽’은 엄정화가 기존 해오던 일렉트로닉 디스코에 딥하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더해 정체성과 도전을 동시에 담아냈다.
나머지 곡들은 내년 1월 오픈된다. 수록곡 중에는 이효리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도 있다. 이효리는 내년 상반기 컴백을 앞두고 있어 두 가수의 만남은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이효리는 솔로가수로서 정점을 찍고 있던 당시, 제주도로 떠났다. 화려했던 탈을 벗고 소박한 ‘소길댁’의 삶을 누렸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해 산전수전을 겪었기에, 제주도에서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이효리의 모습은 진정으로 행복해보였다.
그렇게 연예계에서 멀어지는 듯 했던 이효리가 돌아온다. 이효리는 키위미디어그룹과 전속계약 체결 후 대표이자 작곡가인 김형석, 김도현 등과 새 앨범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작곡가 김도현에 따르면 이효리는 신곡의 가사를 직접 쓰고 머릿속에 음악에 대한 구체적인 콘셉트와 구상이 잡혀 있다. 단순히 춤추기 쉬운 노래가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의 정체성을 담았다는 것. 가수 이효리가 아닌 인간 이효리로 살아왔던 그가 어떤 변화를 어떤 감성으로 녹여냈을지 궁금해진다.
엄정화와 이효리, 두 여제의 귀환은 특별하다. 지금까지 활동해온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두 사람은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열풍의 주역이었다. 여성 솔로가수의 가뭄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재, 엄정화와 이효리는 다시 한 번 자신을 뛰어넘고자 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번 엄정화의 컴백에 대해 “가요계 자체가 부침도 심하고 가요 시장이 작아서 롱런하는 가수가 드물다. 마돈나처럼 20년 이상 롱런하는 가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뜻 깊다. 후배들에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 긴 생명력에 대한 희망을 보여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엄정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보면 연기만 해도 되는데, 가치를 두고 있는 꿈을 위해 노력했다.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고 싸워왔나를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번 컴백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적으로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이돌의 평균 나이는 어느덧 10대로 접어들었다. 이들 사이에서 3, 40대인 두 가수는 오히려 그 나이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무대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또한 섹시 콘셉트에 대해 노출이 심한 옷과 야한 느낌을 떠올리게 하던 시대에서 ‘멋있다’로 승화시킨 장본인들이다.
더 나아가 엄정화와 이효리는 앨범의 완성도 또한 놓치지 않았다. 엄정화는 키이스트 소속이지만, 앨범 작업을 위해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구운몽’에서 윤상, 신혁, G.고릴라, 김이나 등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과 함께해 완벽을 추구했다. 이효리 역시 자신의 히트곡 양산에 일조한 뮤지션들과 작업하고 자신도 꾸준히 공부해왔던 음악 실력을 뽐낸다.
트렌드와 장르를 맹목적으로 따라가지 않고, 주체성을 갖고 가요계를 개척하며 이끄는 견인차 같은 이들이다. 2017년 상반기 가요계는 레전드 가수들의 활약으로 환기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