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 필자가 `뉴럴 네트워크를 이용한 타이어힘 모델링 연구 결과`를 석사 논문으로 발표한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학회 발표장 질문자 가운데에는 이론에 내용이 없다는 차가운 반응이 많았다. 그 당시 뉴럴 네트워크는 `매트랩·시뮬링크(Matlab·Simulink)`에서 옵션으로 제공하는 툴이었다. 히든 레이어가 하나인 단순한 구조에 대해서는 학습이 가능했다. 좀 더 고차원 문제를 해결하는 복잡한 구조에 대해서는 학습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의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가 2006년 복잡한 구조에 대한 학습이 잘되지 않는 경우를 전 처리 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후 히든 레이어가 두 개 이상인 때도 학습이 가능해진 뉴럴 네트워크, 즉 딥러닝이 급격히 발전했다.
딥러닝 기술은 AI 가운데에서도 현재 가장 각광받는 자율주행자동차 핵심 기술이다. 2010년 구글 자율주행차, 최근 테슬라 오토 파일럿 기술 등에 적용됐다.
이제 구글, 테슬라 같은 정보기술(IT) 산업계 기업이 자동차 산업계로 진입을 시도한다. 자동차 산업계는 기존의 납품 체계를 유지하면서 현재 법 제도 안에서 최적의 사업 모델을 탐색한다.
현재 자동차 산업계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 0~5 가운데 1, 2 수준이다. 차로이탈경고(LDW), 충돌경고(FCW), 긴급제동(AEB), 고속도로 운전지원 시스템(HDA)을 수행한다. 앞으로 다양한 기술이 유럽 신차평가프로그램(Euro NCAP) 신차 안정성 평가 항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러한 안정성 평가에 장기 대응하기 위해서는 영상 센서, AI 기술을 이용한 자율주행 요소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자율주행 분야는 지금까지 다양한 센서를 융합, 룰 기반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대세였다. 앞으로는 딥러닝,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 발전으로 판단 능력이 사람과 비슷한 AI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AI를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은 센싱, 인지, 측위, 제어를 위한 AI 기술로 나뉜다. 센싱의 경우 AI 기술 발달로 라이다, 관성측정장치(IMU) 등 고가의 센서가 담당하던 역할을 영상 정보 기반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인지 기술은 크게 객체 검출 기술, 추적 기술, 충돌 예측 기술로 구분한다. 객체 검출 기술은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이 범용 데이터베이스(DB)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인다. 차량(약 90%), 보행자(약 70%), 차선(95%) 수준 검출 성능을 보인다. 그런데 측위, 제어 기술은 영상만을 이용해 해결하기 어렵다. 다양한 DB 획득이 우선이다. 제어는 실주행 환경을 이용한 테스트가 어렵다. 기술 개발, 테스트 접근 방법이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현재 AI 기술은 DB에 기반을 두고 판단한다. 자율주행을 위한 적절한 데이터 수집과 학습을 위한 DB 구축이 중요하다. AI 소프트웨어(SW) 기능과 품질 안전 검증 방법 연구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은 운전자, 보행자의 안전 및 생명과 직접 연관되는 기술이다. AI를 통한 판단에서 중요한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구현할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필수다.
AI 기술은 분명 발전 가능성이 매우 짙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모든 문제를 푸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사람 안전과 직결된 자율주행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AI 한계에 대해서도 냉정히 살펴야 한다.
조희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미래형자동차PD hyjo@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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