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해안 도시 선전은 젊은 창업자들이 모여드는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정보통신기술(ICT), 헬스케어, 신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 핵심 도시다. 1980년에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작은 항구 도시가 중국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선봉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선전은 현재 자금, 인력, 기술이 몰려들고 있는 최고의 창업 기지인 것이다.필자가 이달 초에 방문한 선전첨단기술연구원(SIAT)에서도 이런 활력이 느껴졌다. 중국과학원이 설립한 이 연구원은 20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첨단 컴퓨팅, 지능시스템, 생물의학 등 분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특허 라이선싱으로 연간 1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1000개의 협력 후보 기업 대상으로 기술 이전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술 투자에 오픈 마인드를 갖고 민간 기업과 협력, 공공 기술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공공 기술의 해외 사업화 추진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시작됐다. 선전첨단기술연구원과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술사업화 전문 기관, 연구 기관, 지식재산 전문 기관 등이 함께 한·중 기술사업화 협력 촉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번 협약식은 한국과 중국 정부가 공공자금을 투입해 일궈 낸 기초·원천 연구 성과를 기술사업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함께 구축하기로 약속한 자리였다. 공공 투자로 창출된 성과를 민간으로 돌려서 국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업무 협약을 맺은 기관은 미래부와 중국의 과학기술부, 과학원 등과 함께 연구개발사업화(R&BD) 추진을 위한 `한·중 기술사업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내년에 관련 시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능형 로봇(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료기기(연세대), 사물인터넷(IoT·서울과학기술대)을 우선 협력 분야로 정했다. 여기에 R&BD 전문 기관인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과 지식재산(IP) 전문 기관인 한국지식재산전략원도 참여, 양국의 협력 플랫폼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선전첨단기술연구원이 한국을 방문해 3개 시범 사업 분야에 수요 기술을 적극 발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에서 단순한 기업간거래(B2B) 형태보다는 이러한 정부를 통한 기업간거래(BtoGtoB) 형태는 위험 요소를 다소 최소화할 수 있는 효율 방법이다. 시장 상황이 특수한 중국은 더욱 그렇다. 정부가 민간에 든든한 디딤돌이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국내 연구소기업이나 기술 이전을 원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혁신센터와 같은 중국 거점 기관을 통해 공동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R&BD를 추진하는 시도도 추진될 예정이다. 법인 설립 및 기업 성장 과정에서는 국내외 엑셀러레이터가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 밀착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협약에 앞서 정부는 6월에 발표한 `기초·원천 연구 성과 확산 촉진 방안`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해외 R&BD 성과가 국내 일자리와 산업 창출로 돌아오게 하는 `연어형 기술 수출 모델`을 포함한 해외 R&BD 협력 플랫폼 구축을 명시한 바 있다. 기술을 이전받은 해외 기업이 국내에 연구개발(R&D)센터, 제조 시설 등을 설치하도록 유도해서 해외 R&BD가 국내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로 연결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국과의 업무 협약은 바로 우리 정부가 추진하려는 기초·원천 기술에 대한 해외 R&BD 협력 플랫폼 구축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의 R&BD 협력 플랫폼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 공공 기술 사업화 협력 대상 국가를 단계별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을 우선협력 대상으로 선정한 배경은 시장 성장세와 규모 면에서 우리에게 매우 매력 넘치는 시장이고, 민간 진출을 돕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과 공공 기술 사업화 협력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를 촉진하고, 그 성과를 연어가 회귀하듯 다시 국내로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조속히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조용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 ybcho@comp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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