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자

[특별기고]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자

에너지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에너지혁명 2030`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태양광 분야의 급속한 기술 혁신으로 2030년께에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예측대로라면 모든 차가 전기·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분산전원시스템이 현재의 중앙 집중 전력 시스템을 대체하게 된다.

다소 과격한 예상인지 모르지만 세계 각국은 실제로 이런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석유에 의존해 온 중동 국가가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집중하고, 이미 2015년에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선진국을 추월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전기차, ESS 분야에서도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 보급과 1만2000기 전기차 충전소 구축,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등 야심에 찬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부터 전력사업자에게 ESS 설치 의무를 부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신기후체제 출범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효율 사용` 기조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이 수급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제는 환경, 온실가스 감축, 안전, 소비자 후생 등 다양한 가치를 함께 고려하기로 했다. 지난 7월의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가 이런 변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정부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 집중 지원, 융합 얼라이언스, 수출산업화 등 네 가지 방향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2015년까지 6년 누적으로 총 531기이던 충전소는 지난 한 해에만 519기를 설치했다. ESS를 쓰면 쓸수록 더 큰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활용 촉진 요금제도 도입했다.

이와 더불어 공공기관 전기차 의무 구매 비율을 25%에서 40%로 높이고, 공공건물의 ESS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공공 수요를 통한 조기 시장 창출에도 역점을 뒀다.

이와 같은 정책 노력에 힘입어 전기차는 2015년까지 5년 동안 누적 보급량이 5000대였지만 지난 한 해 약 8000대가 판매 계약됐다. ESS 보급도 전년 대비 45% 이상 확대됐다. 수출도 신재생에너지 45%, ESS 120% 각각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확보한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모멘텀을 안정 성장 궤도에 올려야 하는 시기다. 그동안 추진해 온 규제 완화, 집중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국내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출산업화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보급 걸림돌로 돼 온 입지 규제, 금융 조달, 지역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입지 규제는 프로젝트별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신재생 사업의 수익 불안정으로 금융 투자가 위축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20년 안팎의 장기 고정 가격으로 전력을 구매하는 `장기 고정가격 계약제도`를 차질 없이 도입·운영한다. 민원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이 참여하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자발 참여를 유도, 해결한다. ESS는 설비 규모가 사용 전력의 10% 이상이면 전력요금을 추가 할인하는 한편 스마트공장, 발전소, 일반 가정 등 활용처를 지속 확대해 나간다. 전기차도 구매보조금을 늘리고 충전소를 확대하는 등 운전자 편의성을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에너지 신산업은 국내 시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기존의 석탄발전이나 원자력발전 등 기저 발전 수출 시 신재생에너지나 ESS 등 연관 신산업도 함께 진출할 수 있는 전략 방안을 모색한다. 정부는 해외 진출 경험이 풍부한 에너지 공기업과 기술력이 있는 민간 기업, 금융기관이 해외에 동반 진출해 에너지 신산업을 수출 산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한다.

올해는 정유년(丁酉年), 붉은 닭의 해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을 어둠을 깨우고 새로운 날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여명(黎明)의 상징 존재로 여겨 왔다. 새해가 에너지 신산업의 본격 성장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여는, 희망에 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