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설비투자는 부진했지만, 외국인 투자는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유지됐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 펀더멘털이 탄탄하게 유지되면서 이들 기업 공급망에 편입되기 위한 외국인 투자가 두드러졌다. 정부는 올해 보호무역주의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 투자 유치를 위해 정책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이 21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로써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에 이어 2년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산업부는 서비스업 투자와 그린필드형 투자가 늘면서 외국인 투자가 호조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비스업 투자는 전년보다 5.3% 증가한 155억1000만달러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또 기업 스스로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과 사업장을 설립하는 그린필드형 투자는 152억2000만달러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국내 기업 설비투자는 부진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전년에 비해 3.8%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제조업 부문 외국인 투자는 전년보다 12.4% 증가한 51억3000만달러로, 1962년 이후 누적기준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외국인직접투자 증가는 국내 시장 진입과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 플랫폼을 활용한 수출, 고급 인력 활용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투자처로 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올해도 200억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EU) 투자가 역대 최대인 7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3배 수준에 달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영향에도 제조업과 서비스업 투자가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제조업에서는 바이오·의약과 화학공학, 서비스업에서는 금융·보험과 비즈니스 서비스, 지역개발, 건설 부문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중국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20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투자액은 3년 연속 증가하며 사상 첫 20억달러를 달성했고, 누적액도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미국발 투자는 38억8000만달러로, 전년(54억8000만달러)보다 줄어들었고, 일본도 4년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며 12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에 유입된 자금을 의미하는 도착액은 97억6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0.9% 줄어들었다.
채희봉 실장은 “신고와 동시에 자금이 도착하는 M&A형 투자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하지만 일자리 창출, 글로벌 기업과 가치사슬 형성, 신기술 국내 이전 등 측면에서 효과가 더 큰 그린필드형 투자가 늘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도별 외국인직접투자 추이] (단위:억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