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제 4차 산업혁명, 중소기업의 기회로 만들어야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최근 매스컴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지난해 말 4차 산업혁명 토론회에 참석한 한 전문가는 2016년 한 해 동안 열린 관련 토론회가 100차례쯤 된다고 했다. 이런 토론회가 일주일에 평균 두 차례 열린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은 그만큼 뜨거운 주제다.

4차 산업혁명을 다룬 많은 토론회가 열리고, 언론에서 관심 있게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중소기업인식 및 대응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2.5%가 4차 산업혁명을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들어만 봤다`는 응답은 36.3%,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11.4%에 각각 그쳤다.

많은 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정착 중소기업은 별로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 미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다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의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 우리 중소기업에는 기회인 동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노동이나 자본 투입량, 기업 규모가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 요인이었다. 앞으로는 지식·지능,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의사결정 유연성과 민첩성이 강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 인공지능(AI) 등이 범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술이 보편화되면 거래 비용이 감소하고, 기업 규모의 거대성 유인이 줄어들며, 유연하고 스마트한 혁신 기업이 등장한다.

또 제조업 서비스화에 따른 기존 제조 기업의 변화에 맞춰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기업 형태가 나타난다. 크라우드펀딩, 개인방송, 클라우드서비스, 3D프린팅, 1인 제조업 등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이 출현하게 될 것이다. 의료, 법률, 고등교육, 금융 등 진입 장벽이 높고 고가인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전문 서비스 벤처기업이 활동할 것이다.

이런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중소기업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중소기업 생존에 절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의 실태를 냉정하게 조사해 현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 핵심 인력 보유 현황, 신기술 도입 여건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 수준에 적합한 현장 컨설팅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관련 전문가의 협조도 필요하다.

이제 담론 수준의 논의는 내려놓아야 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도입 가능한 분야를 찾고, 실질 활용 방안을 논의할 때다. 중소기업계의 참여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효과 높게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민관합동스마트공장 추진단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업이 필수다. 필요하다면 국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와도 협업하도록 해야 한다. 이노비즈협회, 벤처기업협회, 메인비즈협회 등 기업 현장과 밀접한 협회가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혁신 역량 축적이 첫 번째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스스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시스템을 도입해야만 한다. 정부 차원의 변화도 필요하다. 현행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기업 활동이 가능하도록 규제 체계를 개편하는 것도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 sjkim@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