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한 달 중에 일주일을 통화도 인터넷 접속도 못하는 휴대폰을 들고 산다면 어떨까.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12억 인도 국민들에게는 일상이다.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개발도상국 인도는 한 달 평균 통신료가 약 270루피(약 4달러)에 불과하고, 충전도 선불로 한다. 후불제로 마음 편히 사용하는 우리와 달리 인도 국민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통신비 잔액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남은 통신료를 확인하고, 수시로 소액을 충전해 사용한다.
트루밸런스와 같은 금융 기능이 담긴 핀테크 사업은 현지의 금융 상황이나 모바일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최근 동남아 등 해외에 핀테크 사업으로 진출하려는 금융사와 전자결제, P2P 등 다양한 핀테크 영역 스타트업이 많다. 관심은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국내 시장에 한계를 느낀 나머지 가깝고도 금융 시스템 발전이 더딘 동남아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서 핀테크 빅뱅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는 그동안 금융 인프라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는 마치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던 중국에서 알리페이라는 모바일 결제가 세계 최대 서비스가 된 것처럼 현금 결제 이외의 유일한 혁신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인도와 동남아에서 모바일 결제는 처음 경험하는 캐시리스 결제의 신세계다. 한국에서 처음 온라인 전자 상거래가 시작되던 것과 같다. 특히 인도는 화폐 개혁으로 모바일 결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있고, 스마트폰 보급도 기하급수로 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한 핀테크는 머지않아 대세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긍정 신호와 달리 복병이 있다. 사용자 학습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 매번 선불로 충전해 통신료를 지불하는 인도 및 동남아인들은 충전 이외에 신용카드 모바일 등록이나 (신용카드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자 지갑 개념도 없는 상태다. 동남아 지역은 PC 온라인 시대 없이 곧바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현금 결제 이외의 다른 전자 결제 서비스 경험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동남아 지역의 핀테크 사업은 현지화하는 동시에 사용자를 학습시켜야 성공한다. 이를 위해 트루밸런스는 소비자들이 앱을 통한 충전을 더욱 활발히 하도록 `원 클릭 충전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현금 충전이 익숙한 이들에게 앱을 통한 충전의 편의성을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이후에는 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월릿을 충전하는 (중국에서 알리페이가 성공할 수 있게 된) `오프라인 월릿 현금 충전 모델`을 도입할 것이다. 실제로 인도의 전자 결제 업체들이 사용자 행태의 발전과 보폭을 맞추면서 충전을 시작으로 결제, 송금 등 기능을 추가해 나가고 있다.
미국에서 페이팔이 성공한 이유가 `체크(Chek)` 문화 기반이라는 점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에 돈을 충전하고 수표를 통해 지불하는 체크 문화가 미국에서는 보편화돼 있다. 동남아 지역과 인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인프라가 거의 없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핀테크가 성공할 것이라며 한국의 비즈니스를 이식하는 접근이 아니라 레거시 금융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강하게 존재하는 쉬운 결제와 송금 등의 요구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를 잘 해결해 동남아 지역에서 호령하는 핀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해 본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charlie@balancehe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