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금융권 인사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주요 임원으로 대거 발탁됐다. 수년 내 IT 전문 은행장이나 최고경영자(CEO)가 배출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진다. 이전까지 금융에서 IT 전문가는 전산직 등 주류에서 벗어난 인력으로 치부됐다. 업무 중요도를 떠나 예산을 쓰고 사고만 없으면 되는 분야로 인식됐다.
그러나 핀테크 산업이 떠오르면서 IT 전문가, 스마트금융 전문 인력을 대하는 금융권의 인식이 달라졌다. 연말에 이뤄지던 인사가 이를 보여 준다. 단순히 IT 분야 자리를 이어 가는 게 아니라 초고속 승진에 이름을 올리거나 주요 보직을 받았다. 물론 해당 인물들이 핀테크 붐만 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분야보다 2~3배 성과를 보여 줬다.
IT 전문 인력이 보여 준 성과는 이전처럼 사고 예방이나 적절한 투자, 비용 절감 등에 머무르지 않았다. 금융사 대표 서비스를 만들어 냈거나 차세대 전략 핵심을 담당했다. 기존 금융 인력이 갖지 못한 전문성에 미래 가치를 더했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업계도 IT 담당 임원 역할이 새 먹거리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10년 전 증권사 거래 방식의 온라인 전환 실무를 담당하던 인력이 임원급으로 올라서는 단계라고 한다. 일부에서 증권사는 이미 IT회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제 금융은 IT가 곧 경쟁력을 의미하는 시대를 맞았다. 이런 변화에 IT 인력이 우대받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면 안 된다. 금융 내 IT 인력 약진에서 나아가 기존 금융 인력의 모든 IT 마인드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 이는 곧 우리 금융이 지닌 글로벌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중국 알리페이가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제 시장은 물론 자산운용, 대출,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가 시차를 두고 밀려올 전망이다. 파트너는 금융사가 아닌 IT 기업이 될 것이 유력하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연말에 전해진 IT 전문 인력 인사 발탁이 국내 금융사가 IT에서 미래 가치를 찾는 변화의 시작이기를 기대한다.